[비즈니스포스트]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수주를 대폭 늘려 출범 2년차 흑자전환을 실현하고, 회사 수익체질의 근본적 개선에 나선다.
23일 한화오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는 올해 선박 발주 시장의 추세에 발맞춰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초대형 가스운반선·암모니아운반선(VLGC·VLAC) 등을 중심으로 수주 영업을 추진한다.
▲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가 올해는 흑자전환과 함께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질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
최근 해운 업계의 유조선(탱커) 발주가 늘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량은 2022년 3척, 2023년 18척으로 적었던 만큼 올해 발주량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조선소들의 유조선 슬롯(건조 공간)이 대부분 찬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주가 나오면 자사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조선 물량의 상당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스운반선 발주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가스운반선과 관련해 받은 발주 문의는 2022년보다 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은 암모니아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발주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암모니아는 경제성을 갖춘 현실적 ‘수소운반체’로 여겨지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회사 수주도 가시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2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규모는 3420억 원으로, 대당 건조 가격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지난달에는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2척을 3312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해 말에도 같은 선종 5척을 수주했다.
권 부회장은 이런 기세를 몰아 올해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고부가 선박 위주로 수주 영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맡아왔고, 지난해 5월 한화오션이 공식 출범한 후 대표이사를 맡았다.
다만 출범 첫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대형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잠깐 흑자를 본 뒤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분기 기준 흑자기조도 안착시키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수주 성과도 경쟁사들보다 뒤져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50% 안팎으로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HD한국조선해양이나 90% 가까운 달성률을 보인 삼성중공업과 비교하면 낮았다.
다만 방산 분야 강점을 지닌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방산 사업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해군의 차기 호위함과 잠수함을 잇달아 수주한 데다 해외 잠수함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화오션> |
그러나 사업구조에서 상선 분야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상선 수주의 본격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는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권 부회장에게 올해는 상선 사업 회복을 통해 그룹 인수 효과를 입증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회사는 새 출범 후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채택,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 일감은 배제해왔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건조 공간이 비교적 여유가 있다.
경쟁 조선소들의 건조 공간이 대부분 차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수주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이 대형조선 3사 가운데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선주에 제시할 수 있는 건조 공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