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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급망 실사법 ‘독일 반대’에 좌초 위기, 한국 건설업계 ESG 향방 촉각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02-22 14: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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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표결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반대에 부딪힘에 따라 잠정 연기되며 부결 가능성까지 떠오른다.

다만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부결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의 ESG 법제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건설업계는 유럽 ESG 법안 향방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공급망 실사법 ‘독일 반대’에 좌초 위기, 한국 건설업계 ESG 향방 촉각
▲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성 실사지침(CSDDD)' 표결이 독일과 이탈리아의 기권표 전망으로 인해 2월9일, 2월15일 두 차례 연기됐다. <연합뉴스>

22일 건설업계 및 해외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독일은 유럽의 각종 ESG 법안 제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독일이 제동을 건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EU 공급망 실사법’이라 불리는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다.

CSDDD는 기업이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인권 및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적용 기업은 금융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군이 대상이 된다. EU 기업은 직원 수가 500명 이상이고 글로벌 매출액이 1억5천만 유로(약 2162억 원) 이상 대기업이 지침의 적용 대상이 된다.

비EU 기업이라면 규정이 발효된 뒤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순매출이 3억 유로(약 4325억 원)를 넘는 기업이 포함된다.

유럽의회, EU 이사회,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14일 CSDDD 최종타협안에 합의하고 올해 2월9일 규정 발효를 위한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사회·유럽의회·집행위의 합의를 거친 사항의 표결은 통상적으로는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진다.

그러나 CSDDD는 독일에 이어 이탈리아가 기권표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발이 묶였다. 포결은 15일로 미뤄졌다가 다시 한번 더 연기된 뒤 향후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기권'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면 표결 자체가 무산돼 법안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독일이 기권표를 내기로 한 이유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독일 자유민주당(FDP)에서 CSDDD에 반대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연정을 이루고 있는 정당 사이에서 합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기권표를 내고 있다.

1일(현지시각) 유럽 미디어네트워크 유랙티브에 따르면 FDP 소속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과 마르코 부시만 독일 법무장관은 독일산업협회에 보낸 서한에서 “독일은 (CSDDD 표결에서) 기권하게 됐고 이는 '반대' 투표의 효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CSDDD를 반대하는 이유로 기업의 부담 증가를 들었다. 이들은 “CSDDD의 민사책임 제도는 독일 공급망 실사법과 비교해 더 큰 부담을 나타내며 관련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공급망 실사법 ‘독일 반대’에 좌초 위기, 한국 건설업계 ESG 향방 촉각
▲ 1일(현지시각) 유럽 미디어네트워크 유랙티브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자유민주당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기업지속성 실사지침(CSDDD)'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과 함께 기권표를 던지기로 한 이탈리아는 애초부터 공급망 실사법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탈리아는 2022년 프랑스, 스페인과 함께 공급망 실사법의 실사 범위를 제품 설계, 원재료·부품 공급 등 업스트림 산업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독일산업협회(BDI), 프랑스산업연맹(MEDEF), 이탈리아 산업 총연맹(General Confederation of Italy Industry) 등 유럽의 주요 산업협회도 CSDDD에 반대했다.

독일산업협회와 프랑스산업연맹은 지난해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침해와 관련한 기업의 민사책임은 직접적인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돼야 하기에 CSDDD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산업 총연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CSDDD는 번거롭고 관리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이탈리아 정부에게 기권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FDP는 최근 대형화물차 이산화탄소 감축 규제 법안에도 반대 견해를 내놨다가 조건부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대형화물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40년까지 90%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FDP가 대형화물차에 사용된 합성연료(e-fuel)이 배출가스 감축 기여도 산입 허용 조항을 구속력이 없는 전문에 넣는 것을 조건으로 법안 통과에 합의하게 되면서 독일은 최종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수 있었다.

다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CSDDD 기권 움직임이 유럽의 반ESG 흐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 범위와 처벌 강도와 관련해 이견이 있을 뿐 이들도 공급망 실사법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23년 1월 이미 자체 공급망 실사법인 ‘독일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LkSG)를 통과시켰다. LkSG는 독일에서 운영되는 직원 1천 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전체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위험을 관리하고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CSDDD와 비교하면 직접 공급업체와 간접 공급업체를 구별하는 등 적용 범위가 좁고 기업의 민사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규정 미준수와 관련한 처벌 규정이 최대 총매출의 2% 또는 800만 유로(약 113억 원)에 이르는 등 이미 엄격한 공급망 실사법을 갖추고 있다.

기후·환경에 초점을 맞춘 CSDDD와 달리 아동노동, 현대판 노예제, 강제노동, 차별금지, 산업 안전 보호, 적절한 임금 미지불 등 구체적인 인권 문제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결국 CSDDD 부결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ESG, 특히 거버넌스 개선 속도를 높이는 한편 법안의 진행 향방에도 촉각을 세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산업 구조 특성상 도급, 하도급 체제가 존재하고 하나의 사업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엮인다. 다만 이러한 산업 구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체들은 거버넌스 개선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소가 1월18일 발표한 ’건설업 ESG 확산과 기업 거버넌스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국내 건설기업 8만7239곳 가운데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는 곳은 0.02%인 21곳에 그쳤다.

홈페이지에 거버넌스 개선 관련 정보를 게재한 23개 기업을 포함하더라도 44곳으로 전체 규모의 0.05%였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은 특성상 다른 산업보다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크다”며 “기업의 경영 목표나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SG 관련 리스크나 사회, 문화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발주자부터 ESG 경영을 실천하고 기업과 이해관계자 하나하나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건설업에 임한다면 건설업의 미래는 속도와 관계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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