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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회생법원 신설 법안 발의, 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09-23 18: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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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회생절차 등을 전담하는 회생법원을 설립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동안 회생절차는 법원의 파산부 등에 맡겨졌는데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19대 국회에서 법안 마련이 흐지부지됐지만 여야와 법조계, 재계가 회생법원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회생절차 전담법원 절실” 요구 높아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회생법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등 3개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22일 대표발의했다.

  권성동 회생법원 신설 법안 발의, 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  
▲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회생법원은 행정법원이나 특허법원처럼 별도의 법원급 조직을 갖추고 기업이나 개인의 회생과파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을 말한다. 도산전문법원이라고도 한다.

권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계속되면서 한계기업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며 “경제구조 개선과 사업재편 활성화를 위해 회생법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생법원 설립에 대해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4년 한국도산법학회 등이 개최한 도산법원 도입 심포지엄에 참여해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법사위 여야 간사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법조계와 재계도 회생법원 설립에 큰 이견이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월 ‘20대 국회에 바란다’는 건의문을 국회에 내면서 회생법원 설립을 주요 건의사항 가운데 하나로 제기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건 수요 등을 볼 때 설치 필요성은 충분하며 오히려 시급히 도입해야 할 과제”라며 “회생전문 법관의 지위를 어떻게 보장하고 퇴직 뒤 활동을 규율할 윤리규범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회생법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6월2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유암코)와 기업회생 관련 업무협력(MOU)을 체결하면서 행사 관계자들에게 “회생법원은 19대 국회에서는 만들지 못했지만 20대 국회에서 회기 내에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생법원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계는 회생법원이 설립되면 기업구조조정 정책이 법정관리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게 아니냐며 경계하고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는 공평한 손실분담이 원칙이기 때문에 금융채권이 많은 경우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보다 주주와 일반채권자, 노동자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이나 조선 등 일부 업종은 회생절차 자체로 신규 수주가 끊긴다는 점,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현재 법원구조로 기업관리 역부족

이번 개정안 발의는 최근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법원의 파산부가 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9개 법원의 판사부나 민사부가 파산 등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보직순환 때문에 판사들이 전문성을 갖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권성동 회생법원 신설 법안 발의, 국회 통과 가능성 높아  
▲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2013년 835곳에서 2014년 873곳, 지난해에 925곳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1천 곳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법인은 562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40곳이었는데 이보다 4% 늘어났다. 한 달에 평균 80개 기업이 법원을 찾은 꼴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은 올해 새로 신청한 기업을 포함해 450곳이다.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자산규모가 수조 원대에 달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관리기업의 자산규모만 26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19위 수준에 해당한다. CJ그룹의 자산규모(25조 원) 보다 많고 신세계그룹(29조 원)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파산부 판사 30명 가운데 기업회생 담당은 17명뿐이다. 판사 1명 당 26건, 평균 1조5천억 원 규모의 기업을 관리하는 셈이다. 자산규모가 6조7천억 원에 이르는 한진해운은 파산부 경력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한 부장판사에게 배정됐다.

판사들의 근무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생 업무는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의 근무기간은 최대 3년이다. 일을 제대로 손에 익힐 만하면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지방법원은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춘천·전주·제주·청주·울산 등 5개 지방법원은 파산부가 따로 없어 민사부 판사들이 기업회생 업무까지 맡고 있다. 게다가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매년 보직이 바뀐다.

회생법원이 생기게 되면 인사를 별도로 시행해 판사의 근무기간을 길게 조정할 수 있다. 또 소속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회계사 등 외부인력을 활용하기도 수월해진다.

미국의 경우 97개의 회생법원을 두고 있다. 소속 판사의 임기는 14년에 이르는데 연임도 가능하다. 최장 28년 동안 도산 관련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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