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그룹을 비롯해 SK그룹,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꼽고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대기업들의 바이오사업 강화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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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바이오사업에서 대기업들과 일부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이재용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사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1월 국내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예상 공모자금이 3조 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은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하는 막대한 자금을 공장증설 등 바이오사업 확대에 쏟아부을 것으로 점쳐진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등을 통해 신약 생산 등 바이오사업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그룹도 최근 바이오사업을 담당해 온 LG생명과학을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에 흡수합병시켜 공격적 바이오사업 확대의지를 보였다.
바이오사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뛰어들면 기존 바이오회사들에게 잠재적 경쟁자가 늘어난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의 바이오회사로 손꼽히고 있다. 램시마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 분야에서 선두를 달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했다.
당장 셀트리온은 삼성그룹 바이오사업군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이오시밀러 ‘SB3’의 허가를 신청했다. 셀트리온이 2014년 1월 국내에서 허가받은 ‘허쥬마’에 이은 허셉틴의 2번째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허셉틴은 유방암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의 출시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허가를 받을 경우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신속하게 국내에 발매할 것으로 내다본다.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국내보다 해외 공략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해 왔다. 국내승인을 받고도 허쥬마의 국내발매를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로 국내 시장선점에 속도를 낼 경우 셀트리온도 기존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로 판매경쟁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을 통해 ‘플릭사비’란 바이오시밀러를 영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약은 오리지널 바이오신약인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TNF-알파(항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2015년 2월 유럽에 출시해 현재 점유율이 3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케이드의 세계 시장규모는 약 10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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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
업계 관계자들은 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당장 밀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데이터가 중요한 의약품시장에서 선발주자가 유리하고 램시마가 플릭사비보다 가격경쟁력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은 23일 셀트리온에 대한 리포트에서 램시마가 레미케이드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구 연구원은 "램시마는 기존 오리지널의약품 레미케이드시장을 매년 9% 침투에서 12%로 잠식 가능할 것"이라며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와 5.8% 증가한 1800억 원과 77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4분기 중 미국에 출시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에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바이오시밀러시장에서 셀트리온은 단연 선두주자이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삼성그룹 바이오계열사들이 맹추격에 나설 경우 글로벌 진출에서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의 후속 약물인 만큼 출시시기와 마케팅, 시장선점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