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이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한 것을 두고 향후 국제 기후투자자 활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수익 창출 관련 부담감과 미국 법 저촉에 관한 불안감이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에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기후행동100+에 대거 이탈했다. 사진은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JP모건 본부. <연합뉴스> |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최근 대형자산운용사들이 ‘기후행동100+(CA100+)를 탈퇴한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기후행동100+는 전 세계 최대의 투자자 기후행동 이니셔티브로, 700여 개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16일 미국의 대형 기관투자자인 JP모건, SSGA, 블랙록, 핌코가 기후행동100+ 탈퇴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기후행동100+에 잔류한 미국 자산운용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골드만삭스에 탈퇴 계획 여부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자산운용사들을 향해 CA00+가 내놓은 요구사항들이 '수탁자 책무(fiduciary duty)'에 위배됐으리라고 분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수탁자 책무'란 "자산 운용을 위임받은 자가 본인이 아닌 자산을 제공한 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기후행동100+는 지난해 6월 일명 ‘2단계(phase 2)’ 전략을 발표했다. 기업 활동에 자산운용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친환경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는 기후행동100+가 요구한 집단행동이 결과적으로는 자산운용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엑손모빌, 월마트 등에 화석연료 생산 또는 사용이 큰 기업에 감축을 요구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기후행동100+의 2단계 전략은 회원들이 기업활동에 단체로 관여할 것을 촉구하기 때문에 미국의 반독점법(Antitrust Act)에 위촉될 여지가 있다는 것도 자산운용사들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 반독점법은 1890년 기업합동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특정 기업이 기업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담합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거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행위에도 적용된다.
블랙록 대변인은 16일 탈퇴 당시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가 판단하기에 (기후행동100+의) 새로운 방침은 우리 자산이 미국에서 법적 조치 대상에 오르게 할 것으로 우려됐다”고 말했다.
SSGA 대변인도 “법적 리스크가 있다고 봤고 우리가 투자한 기업에 단독으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방침과는 맞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시바람 라즈고폴 콜롬비아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JP모건 등 자산운용사들)은 처음부터 기후행동을 향해 진심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집단(기후행동100+)으로부터 집단 행동에 더 긴밀하게 동참하라 요구받으니 탈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SG 평가 및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이사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기후행동100+가 요구하는 집단행동은 미국 독점 규제에 저촉될 여지 있어 자산운용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에 위치한 핌코 본사. <핌코> |
이어
"투자자들을 위해 수익을 내야 하는 수탁자 책무를 위반할 여지가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분열'에 공화당 진영은 반색했다.
뉴욕타임스는 ‘기후행동100+의 분열(fracturing)’이 미국 공화당에 있어 큰 승리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은 그동안 기업들의 ESG경영 확대를 반대해온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의 짐 조던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본인의 X 계정을 통해 “미국 경제와 자유를 위한 큰 승리”라며 “다른 금융 기업들도 ESG를 버리는 행동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