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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미술계 '큰 손' 한국은행의 '픽', 젊은 예술인 작품 만나다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4-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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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미술계 '큰 손' 한국은행의 '픽', 젊은 예술인 작품 만나다
▲ 한국은행은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 전시회인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을 서울 명동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5월5일까지 진행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민과 함께하기 위한 문화 사업이다.”

8일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만난 장인석 학예연구사는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 전시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행 신진작가 공모전은 2013년부터 시작된 행사다. 2016년까지 해마다 열려왔다가 한국은행 통합별관 신축공사 관계로 중단된 이후 8년 만인 올해 다시 진행됐다.

물가 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중앙은행이 미술계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그동안 국내 미술계와 맺어왔던 오랜 인연을 살펴보면 그리 낯선 모습도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1950년대 국내 미술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해 소장해왔다.

지금은 민간에서 수많은 미술품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사주고 있으나 1950년대만 하더라도 작가들이 작품을 팔 수 있는 길은 오직 공모전뿐이었다.

이에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한국은행과 같은 정부 주요기관에서 이들의 작품을 구입해줬고 이것이 미술계의 자양분 역할을 하여 작가들이 더 많은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한국은행이 소장하게 된 미술품은 1천여 점에 이르게 됐고 이러한 미술계 지원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까지 기획하게 된 것이다.
 
[현장] 국내 미술계 '큰 손' 한국은행의 '픽', 젊은 예술인 작품 만나다
▲ 이현지 작가의 '블랙 웨이브 설산(설악의 기운으로)'. <비즈니스포스트>
오랜만에 다시 진행된 신진작가 공모전답게 171명의 작가가 작품을 응모했을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2차에 걸친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김우주(서양화), 박지수(서양화), 설진화(한국화), 이현지(서양화), 이혜진(한국화), 허현숙(한국화)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각각 5점씩을 새롭게 준비했고 이렇게 제작된 모두 30점의 작품이 한은갤러리에 걸리게 됐다.

김우주 작가는 아직 개인전을 한 차례밖에 안 한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진’이다. 무수히 작은 캔버스 천 조각에 야생초를 그린 뒤 이를 이어 붙여 콜라주 작업을 한 것이 특징이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다 도시로 옮겨온 뒤 분열된 자신의 모습을 콜라주 작업을 통해 하나로 묶어내고자 했다.

이현지 작가의 작품은 거대한 화폭에 검은 물감을 바르고 조각칼로 스크래치를 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속초에서 내려가 살면서 매일 접하는 파도를 회화로 표현한 것인데 보풀을 일으키며 역동하는 파도는 보기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박지수 작가는 화선지를 배경으로 그 위에 기름을 발라 코팅을 한 뒤 유채 물감을 통해 작업을 했다.

여러 겹의 물감을 붓으로 한줄한줄 쌓아올리면서 작가는 오염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자연의 실존적 이미지를 화폭에 재현해내고자 했다.
 
[현장] 국내 미술계 '큰 손' 한국은행의 '픽', 젊은 예술인 작품 만나다
▲ 설진화 작가의 '순(瞬)'. <비즈니스포스트>
이혜진 작가는 전통 한국화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다. 장지에다가 먹과 흑연으로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가는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학교가 있는 서울을 기차를 타고 오가면서 포착한 풍경과 아틀리에 주변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허현숙 작가의 주된 소재는 ‘집’이다. 지금은 사라져 없어지고 초라해진 양옥집이나 상가의 모습을 흑연으로 그려냈다.

허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생활사 박물관처럼 이제는 쉽게 보기 힘든 과거의 주택가 모습을 섬세히 표현한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설진화 작가는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가 순간적으로 포착했던 풍경을 먹으로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운동성을 갖춘 속도감 있는 터치로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영속성을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다.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애정 어린 모습으로 소개하던 장 학예사에게 마지막으로 기사에 담겼으면 하는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행이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예술을 통해서 국민과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띠었다.

2024년 한국은행 신진작가 공모 전시회인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젊은 작가들’은 서울 명동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에서 5월5일까지 진행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조승리 기자
 
[현장] 국내 미술계 '큰 손' 한국은행의 '픽', 젊은 예술인 작품 만나다
▲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시대의 젊은 작가들 전시회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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