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사상 최대 순이익(3조4766억 원)을 거두며 하나금융 전체 실적을 방어한 것과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의 우리은행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우리은행 순이익은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의 99.9%를 차지했다. 2022년(92.1%)보다 7.8%포인트 확대됐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했는데 오히려 지난 1년 사이 후퇴한 것이다.
임 회장도 이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해 증권업 등 비은행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갈 길은 먼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은 현재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포스증권이 워낙 소규모인 만큼 인수를 성사하더라도 시너지를 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포스증권의 자본 규모는 540억 원에 그친다. 증권사 인수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종합금융의 자본규모는 6700억 원 가량으로 둘을 더하더라도 1조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임 회장은 더구나 인수합병 등을 통한 외형성장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빡빡한 자본여력이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CET1(보통주자본) 비율은 지난해 말 11.9%로 집계됐다. 2022년보다 0.30%포인트 올랐지만 4대 금융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12%를 밑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기업 명가 달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상황이나 여러 위험자산 등 관리를 병행할 것”이라며 “CET1 비율 13%를 정확히 언제 달성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3~4년 뒤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1월1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2024 그룹 경영전략원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증권가에서도 우리금융의 올해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를 자본비율 관리로 꼽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 자본비율에서 경쟁사와 주주환원과 주가 격차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적극적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나 적정 수준 이하 대출성장을 통한 CET1비율 13% 조기 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은 CET1 비율이 12%를 밑돌았다”며 “자본비율이 성장과 인수합병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점은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만 5250억 원의 일시적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2022년 전체 충당금 적립규모(8850억 원)의 60%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라 지난해 순이익 후퇴에도 우리금융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높여 잡았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의 충당금비용은 선제적 성격으로 향후 비용을 인식한 측면도 있다”며 “우리금융은 올해 순이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우리금융은 4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자산건전성 관련 버퍼(완충자본)가 상당 부분 마련된 상황에서 주주환원이 늘어 중장기 ROE(자기자본이익률) 확대 및 자본비용 축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과 김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목표주가를 각각 1만6천 원에서 1만8천 원으로 2천 원씩 높여 잡았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3월 ‘관치’ 논란 속에 내부출신인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을 제치고 우리금융 회장에 올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