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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베팅한 현대백화점그룹 지누스, 9달 만에 주주들에게 반성문 쓴 이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2-07 14: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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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베팅해 인수한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 최고경영자(CEO)가 주주들에게 반성문을 썼다.

지난해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탓이다.
 
정지선 베팅한 현대백화점그룹 지누스, 9달 만에 주주들에게 반성문 쓴 이유
▲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매트리스 계열사 지누스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주주들에게 'CEO레터'라는 이름으로 메시지를 띄웠다.

7일 지누스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보면 총 4개의 카테고리로 구성한 자료의 맨 처음에 CEO레터를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CEO레터는 지누스가 주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지누스가 CEO레터를 띄운 것은 코스피에 재상장한 이후 기준으로 지난해 5월이 처음이었다.

약 9달 만에 다시 CEO레터를 띄운 셈인데 이 배경에는 지누스의 실적 부진이 있다.

이번 CEO레터를 읽어보면 지누스 최고경영진이 스스로 잘못을 고백한 반성문처럼 여겨진다.

지누스는 CEO레터에서 “2022~2023년의 지누스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비용 구조의 비대화, 미국 편중 리스크 등의 문제점을 노출해왔다”고 밝혔다.

여러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시인한 셈이다.

지누스가 지난해 낙제점에 가까운 경영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면목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읽힌다.

지누스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523억 원, 영업이익 183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72.0%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영업이익 감소율이 90.3%나 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성적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 소속이 되기 전인 2019~2021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3년 동안 연 평균 영업이익 900억 원을 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약 9천억 원을 들여 지누스를 사들인 것이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지누스 상황은 기대와 반대로 가고 있다.

지누스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가 된 이후 2022년과 2023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839억 원이다. 2년 동안 번 돈이 과거 한 해에 벌던 이익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83억 원만 따지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합병과 관련한 손익분기를 맞추기 위해 거의 50년을 투자해야 한다.

지누스의 부진은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누스 주가는 7일 1만46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인수할 때 1주당 8만3800원으로 기업을 평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가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주주 원성은 들끓고 있다. 온라인 종목토론 게시판을 보면 “연간 영업이익 180억 원 수준이면 시가총액 2천억 원도 많은 편이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 지누스 시가총액은 3천억 원 수준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도 지누스 문제는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룹 역사상 최대 베팅을 하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성과가 여전히 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호황일 때의 지누스만 보고 가치를 높이 평가한 전형적 실패 투자 사례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지선 베팅한 현대백화점그룹 지누스, 9달 만에 주주들에게 반성문 쓴 이유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으로서도 지누스의 실적 부진은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와 관련해 항상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 가치 평가를 진행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곧 인수한 지 만 2년이 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누스는 이와 관련해 CEO레터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3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 다시 한 번 시장 선도의 지위를 탈환하고자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주력 상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 대다수 투자자들이 지적한 비대한 비용 구조를 슬림화하겠다는 점, 글로벌 국가 성장을 본격화하겠다는 점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누스 앞에 놓인 환경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누스의 지난해 품목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주력 제품인 매트리스에서는 1.3% 성장했지만 침실가구와 기타(거실가구 등)에서는 매출이 각각 40.9%, 40.5%나 내려갔다.

지역별로도 유럽연합 매출이 20.5% 성장한 것을 제외하면 한국(-25.7%), 미국(-19.9%), 캐나다(-13.5%), 호주(-4.0%), 기타(-3.6%)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역성장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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