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C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에 펍 콘셉트 매장인 압구정로데오점을 오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여기가 KFC 매장이라고?”
KFC 압구정로데오점 콘셉트를 모르고 매장 문을 연 고객들은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칫했다. 지금까지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매장 안에 펼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6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KFC 압구정로데오점에서는 많은 고객들이 기네스 생맥주와 함께 햄버거, 감자튀김 등을 먹고 있었다.
압구정로데오점은 펍 콘셉트로 문을 연 매장이다.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뼛속부터 다른 완벽한 KFC매장”이라며 “KFC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 압구정로데오점은 매장 콘셉트에 걸맞게 펍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좌석도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신 대표의 노력은 매장 곳곳에서 묻어났다. 가장 눈에 띈 점은 매장 인테리어다. 매장 콘셉트에 걸맞게 햄버거 매장이라기보다 펍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좌석도 마련돼 있었다.
신 대표는 이 날 매장을 직접 방문해 인테리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바닥 래핑이 나중에 때를 타면 어떻게 할지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KFC코리아 관계자는 평소에도 신 대표가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매장들을 자주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신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압구정로데오점 분위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서른살인 셰프 민성준씨는 친구 구민성씨와 함께 매장을 찾았다.
민성준씨는 “요식업계에서 일하다보니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전체적인 분위기를 먼저 보게 됐다”며 “일단 매장 분위기는 너무 좋고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장이라는 것이 많이 알려져 더 편하게 술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성준씨와 구민성씨는 와인백에 와인을 담아와 치킨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압구정로데오점은 콜키지프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하는 와인을 가져와 편하게 마실 수 있다.
▲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가운데)는 6일 KFC 압구정로데오점을 직접 방문해 인테리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바닥 래핑이 나중에 때를 타면 어떻게 할지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낮에 매장을 방문했던 신 대표는 저녁 시간에도 매장을 들러 고객들 반응을 살폈다. <비즈니스포스트> |
압구정로데오점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벌써부터 입소문이 돌고 있는 듯했다.
민성준씨는 “사실 술을 마실 수 있는 압구정로데오점이 오픈한다는 것도 현재 활동 중인 와인동호회를 통해 알게 됐다”며 “동호회 사람들에게 한 번 방문해 보라고 추천도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압구정로데오점을 생각한 이유도 최근 주류 소비 성향 때문이다. KFC는 한 잔씩 가볍게 마시고 음미하려는 주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KFC가 내세운 전략은 고객들에게 통하고 있는 모양새다.
저녁에 방문한 압구정로데오점은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생맥주가 놓여 있는 테이블이 낮보다 확실히 늘어난 듯 보였다.
치킨과 함께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근처에 거주한다는 50대 남성 고객은 “치맥을 노린 전략이 좋아보인다”며 “앞으로 친구들 서넛이 모일 때 KFC에서 가볍게 한 잔 하고 술집으로 넘어가거나 술집에서 1차로 먹고 2차로 가볍게 먹으러 올 것 같다”고 말했다.
▲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는 인스타그램에 압구정로데오점을 통해 ‘KFC도 힙하고, 쿨하고, 펀하고, 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저녁 시간대에는 중장년층 고객들도 많이 보였다. 이 가운데는 몇 년 만에 KFC를 방문한 부부들도 있었다.
50대 부부는 “평소에 기네스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데 KFC에서 생맥주를 판매한다고 해서 와봤다”며 “몇 년 만에 KFC를 방문했는데 앞으로는 치맥 때문에라도 종종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압구정로데오점을 통해 ‘KFC도 힙하고, 쿨하고, 펀하고, 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힙하고 영한 MZ세대가 본 압구정로데오점은 어떨까.
20대 여성 고객 A씨는 “평소에 KFC치킨을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어 강남구청까지 사오곤 했다”며 “이 근처에 KFC 스타일 치킨과 함께 맥주를 판매하는 가게가 없어서 동네친구들과 종종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KFC에서 ‘각 잡고’ 술을 마실 것이 아닌 만큼 힙한 분위기보다는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구조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웃었다. 평소에 술을 마실 때 확 트인 개방형 구조를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압구정로데오점에 술만 마시러 오는 것은 아니다. 추억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근처에 거주하는 40대 친구들 4명은 압구정로데오점이 오픈하기 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KFC와 함께 했던 학창시절이 그리워서다.
40대 친구들은 “지금이야 워낙 다양한 햄버거 브랜드가 생겼지만 우리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KFC에 대한 추억이 많다”며 “근처에 KFC가 없어서 방문하지 못했는데 오늘 와보니 추억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구 4명 가운데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다른 세 명은 커피와 함께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세 명은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고 한다.
▲ KFC 압구정로데오점에서는 바로 따라주는 기네스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기네스 생맥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다만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비싼 편이라는 고객과 적당하다는 고객이 나뉘었다. 압구정로데오점이 흥행하려면 맥주 가격이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네스 생맥주를 마셔 본 고객은 “기대했던 것보다 맥주맛이 만족스러운데 생맥주는 관리가 생명인 만큼 앞으로도 좋은 퀄리티로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저녁 시간에도 매장을 들러 고객들 반응을 살폈다.
신 대표에게 올해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KFC는 한국 진출 40년 만에 가맹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맹 1호점이 상반기 안에 오픈할 것으로 예정됐다.
추억을 사기 위해 압구정로데오점을 방문한 40대 친구들은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오래 거주했다. 40대 친구들은 KFC가 압구정로데오거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고 있다.
친구들은 한 목소리로 “예전에는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약속을 정할 때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 ‘파리크라상 앞에서 만나’가 기본이었는데 맥도날드와 파리크라상 모두 없어졌다”며 “앞으로는 KFC가 그 역할을 맡아 ‘KFC 앞에서 만나’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