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4-02-06 15: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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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T&G가 외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음 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인사의 숫자가 내부 인사와 같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KT&G에 외부 인재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 민영화 이후 처음이 된다.
▲ KT&G가 다음 사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민영화 이후 최초의 외부 출신 대표가 선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KT&G가 담배사업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해놓은 만큼 결국에는 내부 인사를 중용하는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KT&G가 내외부 인사를 가리지 않고 다음 사장 후보들을 검토하는 것을 놓고 KT&G 역사상 첫 외부 출신 사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KT&G는 1월 말부터 다음 사장 선임을 위한 2단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사회 내 비상설 위원회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추천한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 8명을 검토하는 중이다.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포함된 인물은 비공개다. 사외 후보 4명과 사내 후보 4명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다. 2월 중순에 2차 숏리스트로 3~4명을 압축하면 구체적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이 KT&G가 세운 방침이다.
우선 KT&G가 내외부 인물을 같은 숫자로 맞춰 후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 상당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과 2021년의 사례를 보면 사실상 KT&G가 내부 인사만을 염두에 두고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고 볼만한 여지가 많다.
KT&G는 2018년 1월 말 사장 공모를 발표한 뒤 이틀 동안만 서류를 접수했다. 하루 만에 서류 심사를 마쳤고 이후 하루 면접을 통해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공모 대상도 매우 한정적이었다. 사장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KT&G 전현직 전무 이상으로만 못 박았는데 사실상 내부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2021년 절차는 오히려 더 간소해졌다.
당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면서 모집공고를 실시하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했고 백복인 사장에 대한 서류 심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백 사장을 단독 사장 후보로 추대했다. 11영업일 만에 백 사장이 사실상 3연임을 확정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외부 공모 방식을 선택하면서 KT&G에서 일한 적 없는 사람들도 다음 사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절차 개선을 통해 외부에도 기회를 공평하게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런 흐름들을 볼 때 외부 인사의 첫 KT&G 대표이사 발탁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졌다는 의견이 떠오른다. 절차적 개선이 이뤄진 상황에서 능력만 된다면 외부 인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1차 숏리스트에서 ‘외부 후보 4명 vs 내부 후보 4명’이라는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외부 발탁 가능성을 높인 하나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KT&G 내부적으로도 내부 인사를 선택하기보다 외부 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T&G와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진 소유분산기업 KT의 지난해 사례를 보면 내부 인사였던 구현모 전 대표이사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가 논란만 키웠다. 내부 인사만을 위한 자리 나눠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는데 KT&G 역시 자칫하면 이런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다.
이미 백복인 사장이 9년 동안 KT&G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기록을 쓴 상황에서 내부 인사를 또 선발하는 것은 외부 지적만 키울 수 있다.
만약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 인사를 새 사장 후보로 선임한다면 민영화 이후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가 탄생하게 된다.
KT&G는 2002년 정부로부터 독립해 민영화했는데 여태껏 4명의 대표이사 사장이 나왔다. 곽주영 전 사장부터 시작해 곽영균·민영진·백복인 사장 등인데 이들은 모두 KT&G 내부에서 승진한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