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정리 의지를 보였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PF 구조조정을 두고 “이해관계에 따른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지나가겠다”며 “과거에는 개별 금융사 사정을 더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시장원칙에 가까운 방식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마포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PF 부실 정리를 내세우는 배경으로는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상황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시장금리 흔들림이 있었지만 이제는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겠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이제는 시장의 방법으로 부동산PF 부실을 정상화할 적기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에서 ‘부동산PF 정리 로드맵’도 공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사업장 가운데 연체 유예와 만기 연장 등으로 사업성이 현격히 낮아진 곳은 결산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야 한다. 금감원은 또한 부실이 심각해진 사업장은 경매와 공매 등이 빠르게 개시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급과 같은 금융시장 위기는 없을 것으로 바라봤다.
시공능력평가 16위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은 지난달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권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당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이 원장은 “상반기에 태영건설급의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 유동성 이슈는 현재 없다”며 “건설사 10여 곳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 완전히 문제가 없진 않지만 중대형 건설사 가운데 예상 밖의 충격을 시장에 줄 정도인 곳은 없지 않나 싶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확고한 금융안정 △따뜻한 민생금융 △든든한 금융신뢰 △역동적 미래성장 등의 4대 추진전략 12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부동산PF 부실 정리를 비롯해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의 민생금융과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두고는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일단락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며 이 회장의 수사와 기소를 맡았다.
이 원장은 “오늘 판결이 어떻게 될지 의견을 말씀드릴 위치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 볼 때 이번 절차가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