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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판매 중단에 외환수수료 인하 경쟁, 멀어지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 2024-01-31 15: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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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가야할 길이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홍콩 H지수 기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에 따라 ELS 판매를 중단한 상황에서 토스뱅크를 시작으로 외환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부담을 키우고 있다.
 
ELS 판매 중단에 외환수수료 인하 경쟁, 멀어지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 주요 시중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하며 비이자이익 확대도 멀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울 시내 ATM기기 모습. <연합뉴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전날 H지수 기반 ELS뿐 아니라 대부분의 ELS 판매를 중단했다.

홍콩 H지수 기반 ELS 손실이 현실화하며 관련 여론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H지수 바탕 ELS를 거의 팔지 않아 영향권 바깥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던 우리은행도 ELS 판매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우리은행은 H지수 ELS를 미리 판매 제한해 다른 은행보다 판매·손실 규모가 미미하다”며 “다만 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판매정책을 정비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ELS 판매 중단으로 당장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ELS는 은행 비이자이익 부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신탁사업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은행 순이익은 예대금리차에서 나오는 이자이익과 신탁과 방카슈랑스, 외환 환전 등에서 나오는 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H지수 기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을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총 수수료이익 866억 원 가운데 184억 원(21.2%)을 신탁수수료를 통해 벌었다. 우리은행도 수수료이익 666억 원 가운데 신탁수수료가 112억 원(16.8%)을 차지했다.

ELS 자체 판매에서 얻는 수수료뿐 아니라 자산가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ELS 판매 중단이 은행 비이자이익 부문에 끼치는 악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은행권은 신탁수수료뿐 아니라 환전수수료 이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토스뱅크가 18일 환전과 해외결제 등 수수료를 받지 않는 외화 통장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은행권에서는 환전수수료 면제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 환율우대 100%와 해외 가맹점 이용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내건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18일부터 즉시 발급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혜택을 지닌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2월14일 내놓는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 나머지 5대 은행도 외환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한다고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온 만큼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감소가 예고되면서 그동안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던 금융당국도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 금지를 두고도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LS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를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원 지적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비이자이익 확대를 은행권 핵심과제로 꼽고 지난해 은행권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ELS 판매 중단에 외환수수료 인하 경쟁, 멀어지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 은행권 파생상품 판매를 둔 반대여론이 거세다. 홍콩 H지수ELS 피해자모임 인원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들에게 보낼 탄원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에는 TF 결과물로 투자자문업 활성화와 신탁가능 재산 확대 등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최근 5년 간 전체 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이른다. 2022년에는 94.3%까지 늘었다.

금융당국은 미국 은행의 이자수익 비중(70%)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고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을 실었지만 큰 벽을 만난 셈이다.

현재 은행의 ELS 등 파생상품 판매 반대 여론은 거세다.

홍콩 H지수ELS피해자모임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LS는 초고위험 투자 상품(파생상품)이다”며 “투자자들이나 매수하는 이런 위험한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은행법 1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은행법 1조는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고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며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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