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4-01-31 13: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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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전직 '콜오브듀티' 총괄을 선임한 이유가 게임 사업 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과감하게 수익이 안 되는 부분을 개편해 상대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사업 부문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 요한나 파리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 <요한나 파리스 X 계정 갈무리 >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게임 사업 부문 개편에 맞춰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에도 개편 작업에 적합한 인물을 선임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번에 블리자드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인물은 요한나 파리스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1인칭 슈팅 게임(FPS) 콜오브듀티 총괄 매니저(GM) 겸 이스포츠(e-Sports) 책임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파리스 CEO의 지난 행적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캐시카우'로 개편하고자 한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일단 파리스 CEO는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하다. 2018년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입사하기 전엔 12년 동안 북미 프로풋볼리그(NFL)에서 사업 전략 임원으로 재직했다.
그러나 수익 창출 측면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를 총괄하고 있을 때 파리스 CEO는 돈이 안 되는 분야는 잘라내고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 확장팩 개념으로 출시 예정이었던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3'를 신작 게임으로 출시한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오버워치 2' 리그 폐지를 진행한 것이 한 예다.
이러한 그의 능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른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일으킨다.
31일(현지시각) 콘퍼런스콜을 통해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게임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증가분 가운데 44%포인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실적에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엑스박스 사업부 매출은 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5%포인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로 증가한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게임 사업 부문에서 늘린 영업이익은 약 20억 달러(2조6680억 원)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앞으로는 수익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얻고 있다. 비용 지출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매출 증가와 별개로 인수 과정에서 24억4천만 달러(3조 2549억 원) 비용이 발생했으며 영업이익 증가와는 별개로 4억4천만 달러(5869억 원) 손실을 봤다"며 "일시적 지출 영향이 사라지는 다음 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및 게임 사업 운영 지출 측면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달 게임 콘텐츠 및 스튜디오 총괄에 맷 부티를 임명하고 엑스박스 사업부(Xbox) 등 게임 사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 사업 개편을 시작했다.
25일에는 엑스박스사업부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1900명이 넘는 인력을 해고했다. 전체 게임 사업 인력 2만2천 명 가운데 약 8%를 정리한 것이다.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이스포츠나 '오딧세이' 등 신작 게임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하던 인력이었다.
이때도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사업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더 버지를 통해 공개된 당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필 스펜서 엑스박스 사업부 대표는 "게임 사업 경영진들과 나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위해 이번과 같은 조치를 내렸다"며 "앞으로도 사업 성장과 이를 위한 전략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사업 모델 개편 압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더 버지에 따르면 바비 코틱 전 액티비전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에도 블리자드에 “예측 가능한 사업 모델”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게임성을 중시한 개발 기조로 출시 일정이 불안정했던 당시 블리자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액티비전이 매년 가을만 되면 신작 콜오브듀티를 내놓는 것과는 대조된다.
문제는 이때 블리자드가 액티비전의 압박을 받고 출시한 것으로 알려진 ‘워크래프트III:리포지드’, ‘디아블로:이모탈’ 등 신작들은 대체로 팬덤의 외면을 받은 것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점이다.
▲ 오버워치 2 리그의 공식 폐지를 알리는 공지 로고. <오버워치 리그>
실제로 디아블로 이모탈이 발표된 2018년 1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는 하루 만에 6.74% 폭락해 시가총액 36억 달러(4조8060억 원)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기도 했다.
블리자드 팬덤에서는 액티비전 임원 출신이면서 게임 개발 경력이 전무한 요한나 파리스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요한나 파리스는 29일 블리자드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블리자드와 콜오브듀티의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블리자드 리더십 팀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여러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블리자드측 방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