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 실적 전망이 악화하면서 미국 월가의 목표주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에도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종목)’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당분간 시장에서 ‘밈 주식이 맞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테슬라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되면서 당분간 밈 주식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기차업황 부진에 따라 올해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미국에선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또 다른 축인 중국에서도 BYD(비야디) 등 자국산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며 테슬라의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다.
테슬라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현저히 낮을 수 있다”며 시장의 우려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도 시장의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억6400만 달러, 순이익 24억8400만 달러를 올렸다. 1년 전보다 각각 47.1%, 39.5% 줄어든 것으로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밑돌았다.
이에 테슬라 주가는 25일 뉴욕증시에서 12.13% 급락 마감하며 하루 사이 200달러대에서 18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26일 0.34% 상승 마감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반등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하향조정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의 애널리스트(연구원) 라이언 브링크만은 테슬라 주식에 대해 기존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낮췄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약 30% 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라이언 브링크만 연구원은 “본래 자동차 기업들의 저가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며 이런 정책이 나올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며 “테슬라만큼은 예외였는데 이제는 투자자들이 환멸감을 느끼며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월가 애널리스트 가운데 테슬라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댄 이브스(웨드부쉬 소속) 연구원도 테슬라의 이번 실적을 보고 목표주가를 10% 낮췄다.
댄 이브스 연구원은 “머스크와 테슬라가 저가 정책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산이었다”며 “현재 저가 정책은 재난에 맞먹는 수준”이라 평가했다.
심지어 테슬라의 주가 수준에 대해 전반적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최근 나오고 있다.
▲ 고든 존슨 애널리스트(사진)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다소 파격적 수준인 23.53달러로 제시했다. < GLJ리서치 > |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연구원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23.53달러,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했다.
고든 존슨 연구원은 테슬라의 2025년 예상 영업이익에 15배의 PER을 적용한 뒤 9%의 할인율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산출했다.
그는 15배 수준의 테슬라 PER도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등 경쟁사의 PER(5배)에 비해 프리미엄을 높게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수 년 간 테슬라 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주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수준도 현재 시장이 부여하는 것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이에 대해 “고든 존슨의 의견은 살펴 볼 가치가 있다”며 “테슬라 같은 성장주 주가는 상당 부분 시장의 지나친 기대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에 대해 쓴 소리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테슬라는 밈 주식이 맞았다’는 지적을 당분간 비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기존에도 밈 주식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PER(주가수익률)이 한때 90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주가가 과열돼 있으며 사회관계망에서 끊임없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전형적 밈 주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월가의 전문 애널리스트 일부가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면서 밈 주식으로 보기 힘든 면도 분명 존재했는데 실적 부진으로 그런 방어논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