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회

드라마 ‘더 글로리’ 뺨치는 현실 속 학폭 살인,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성 커져

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 2024-01-26 14: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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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빈틈없이 보호하겠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4월 학교폭력(학폭) 대책 브리핑에서 내놓은 이 공언을 무색하게 만든 참혹한 동급생 살인 사건에 법원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며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드라마 ‘더 글로리’ 뺨치는 현실 속 학폭 살인,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성 커져
▲ 대전법원이 대전 소재 여고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살인 사건에 소년법상 최고형인 15년형을 구형했다. 학교폭력을 엄히 다스리겠다는 법조계의 의지로 풀이된다. 사진은 대전법원 현판. <연합뉴스>

다만 엄벌 이전에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를 더욱 강화해 날로 극악해지는 학교폭력 와중에 벌어지는 2차 가해에 따른 비극적 희생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동급생 사이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등 학교 폭력의 잔혹성이 심화하고 있어 정부의 학교 폭력 대책을 피해자 보호 방안 중심으로 더욱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전에서 일어난 여고생의 동급생 살인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보호 방안 강화의 필요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는 25일 대전 여고생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양에게 장기 15년·단기 7년형을 선고했다. 이는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이다.

A양은 살해 피해자 B양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학교 폭력 대책 심의위원회(학폭위원회)에 회부됐고 그 결과 학급 분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다 A양이 당시 학폭위원회 개최 경위를 묻겠다며 B양에게 연락했고 다시 괴롭힘이 이어지자 B양은 절교를 선언했다. 이에 분개한 A양은 B양을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에 대해 최대 15년형이 선고된 것은 소년범에게도 일반인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봐주지 않고 엄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다만 엄벌 만으로는 학폭에 따른 참혹한 범죄를 예방하기 힘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더욱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살인사건에서도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전학을 원했으나 학폭위 처분은 학급 분리조치에 머물렀다. 피해 학생은 이동수업 과정을 비롯해 어쩔 수 없이 가해 학생과 마주쳐야 하는 상황에서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사무소 강율의 천우재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학폭위원회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전학조치 등 접근 기회가 차단됐다면 살인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그렇게 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데다 언론에도 노출될 수 있어 학교 측이 문제에 소극 대처한 것이 희생자가 나오게 된 원인이 된 게 아니냐”고 바라봤다.
 
드라마 ‘더 글로리’ 뺨치는 현실 속 학폭 살인,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성 커져
▲ 학교폭력을 주제로 화제가 됐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포스터.
지난해 학교폭력 주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를 모았는데 비극적 희생으로 끝난 현실 속 학교 폭력은 드라마보다 더 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동은(송혜교)은 학창시절 연진(임지연)으로부터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연진 일당이 고데기(머리카락을 뜨겁게 해 모양을 낼 때 쓰는 전자제품)로 동은에게 화상을 입히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학생들 사이의 단순한 다툼을 넘어선 ‘중범죄’ 수준의 학교 폭력 사례는 이번 대전 동급생 살인 사건 말고도 여럿 있다.
  
지난해 전라북도 전주의 초등학교에서 집단으로 한 친구를 몰아붙이고 목을 졸라 피해자의 부모가 살인미수가 아니냐는 호소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뿐 아니라 연예인들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의 학창 시절 학폭 논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4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학폭 사실을 학생부 기록에 남겨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분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대책에 담았으나 그 뒤에도 청와대 비서관 딸이 후배에게 전치9주의 상해를 입힌 것을 비롯해 학폭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폭 가해자를 향한 엄벌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주변인의 관심과 지역적 인프라가 동반돼야 물리적 보호조치에 실효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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