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맞이한다.
불법공매도, 불공정거래 근절 등 감시기능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비롯한 과제가 앞에 산적해 있는 만큼 정 전 원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2월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 자리에 오른다. |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는 이사회를 거쳐 정 전 원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정 전 원장은 마지막 절차인 2월14일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임기를 시작한다.
정 전 원장이 취임 뒤 첫 번째로 마주칠 현안은 한국거래소 임원인사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 임직원 인사는 연말에 진행된다. 다만 이번 거래소 이사장 인사가 한 달 넘게 지연되면서 임원인사도 함께 지체됐다.
손병두 이사장은 지난해 12월20일 임기를 마친 상태지만 이사장 후임인선이 늦어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일반 직원들의 인사를 먼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원급 핵심 인력들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 전 원장은 속도감 있는 인사를 통해 업무공백을 줄이고 업무처리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거래소가 시장 감시기능 강화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는 점도 금감원장 출신의 정 전 원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거래소가 금감원장 출신 이사장을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차익결제거래(CFD) 사태와 영풍제지 사태 등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글로벌 투자은행(IB) 공매도 혐의 등 불공정 거래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시장감시본부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사전예방 파트를 부서 단위로 격상하기로 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불법공매도 적발 전산시스템 문제를 정 전 원장이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불법공매도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이 한 가지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을 주축으로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개인투자자와 유관기관 사이의 견해차이가 이어지고 있어 효율적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전 원장은 전임자인
손병두 이사장이 임기 내 역점을 두고 진행해 왔던 자본시장 선진화 대책도 이어가야 한다.
손병두 이사장은 취임부터 자본시장 선진화에 중점을 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기업 주가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물적분할 관행개선, 상장심사 개선, 상장유치 경로 다각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공매도 전면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한도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추진 등 증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 밖에 한국판 대체거래소(ATS)가 임기 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매제도와 인프라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정 전 원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 전 원장은 1961년생으로 경상북도 청송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를 거쳐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 등에서 일했다.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시절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문재인 정부시절 금융감독원장을 맡고 현 정부 들어서는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되는 등 정권과 관계없이 능력을 인정받았다.
금감원장을 지내기 전인 2020년에도
손병두 이사장과 함께 거래소 이사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