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수고용자의 노후대책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후대비 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다뤄보고자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의원은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편익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는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후대책 미비로 시름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실질적 노동을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법에서 규정한 근로시간, 임금, 휴가 등의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택배기사, 배달기사, 방문강사, 온라인배송기사,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원,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 다양한 직역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정애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기존 사업장 근로자와 동일하게 대우하려는 취지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제도권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한정애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공동주최했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 김혜진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이 다수 참석해 논의에 힘을 실었다.
강규혁 위원장은 토론회 전 기자와 만나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국민연금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보호영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특수고용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7.03%, 미가입 23.33%, 납부유예 9.64%다”며 “특히 특수고용노동자의 국민연금 납부액은 11만4400원으로 노동자 평균의 3분의1 수준이라 노후보장을 받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2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번 토론회는 이희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의 특수고용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 결과 발표로 시작됐다.
발제된 설문조사는 2023년 11월28일부터 12월10일까지 13일간 서비스연맹 안에 노동조합 가운데 특수고용직군에 종사하는 노동자 1183명이 참여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이희종 정책실장은 “이번 조사결과 특수고용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59.64%의 응답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며 “다음으로는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아서라는 응답도 16.74%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가입여건이 개선된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준비를 하고 싶다고 답변한 비중이 26.04%나 됐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낮은 가입률을 끌어올릴 정책적 대안이 없으면 이들은 노후에도 강도 높은 업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현장증언이 이어졌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리운전노동자의 소득은 자체 조사결과 월 평균 200만7천 원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실제 생활에 필요한 수입은 317만6천 원으로 117만 원 가량 모자라 밤낮없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환 위원장은 “고물가 속에 부족한 생계비를 채우기 위해 야간뿐만 아니라 주간에도 일하는 대리운전기사가 늘어나면서 장기간 노동에 따른 건강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 생활대책을 위해 국민연금 가입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언한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은 울먹이며 현장의 열악함을 전했다.
박 지부장은 “저는 교원구몬에서 25년 동안 방문 학습지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정규직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회사에서 위탁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고 개인사업자라는 타이틀을 씌워 4대 보험의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 국가와 기업들이 책임을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 특수고용노동자는 가난한 노인으로 전락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호소했다.
현장증언에 이은 토론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국민연금 가입기회를 넓히기 위한 실질적 쟁점사안이 논의됐다.
김혜진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특수고용노동자가 국민연금 가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근본적 원인은 법제도의 모호한 정의규정 때문이다”며 “하지만 정의 규정을 포괄적으로 규정하더라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는 정의 규정을 넓히는 방안 외에도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개별적으로 국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국가가 개별적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정책을 펼치기 전에 플랫폼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겸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해 이윤을 확보하는 플랫폼 기업 등 사용자에 대한 책임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고 지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업주의 책임이 실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 형태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자료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활용해 각 이익주체가 책임져야 하는 몫을 업무량에 따라 정액적으로 산정하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