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3조 원가량 늘리는 데 그치면서 상위권 도약이 더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유치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상대 영업력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조병규 행장이 지난해 공들인 기업금융 강화 흐름을 이어가 올해는 반전을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업금융 강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DB(확정급여형)과 DC(확정기여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모두 더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23조663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보다 3조2475억 원(16%) 늘었지만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적게 늘면서 상위권과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특히 3위 하나은행과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9년 말만 하더라도 둘 사이 격차는 1조6123억 원에 그쳤지만 2023년에는 10조357억 원으로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6조4349억 원(24%) 늘리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5조3116억 원(17%), 5조3840억 원(15%) 증가시켰다.
우리은행은 특히 기업영업 역량이 중요한 DC형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DC형 적립금이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27%)과 신한은행(16%), 국민은행(15%)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게 늘었다.
반명 개인영업이 중요한 IRP는 31% 늘며 하나은행(34%)에 이은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29%)과 국민은행(27%) 증가률은 20%대 그쳤다.
▲ 4대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 <금융감독원 공시 갈무리> |
조 행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내건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따라 영업력 강화에 힘썼지만 퇴직연금시장에서 성과는 저조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조 행장은 지난해 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시야를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넓혔다.
취임 직후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BIZ프라임센터’를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새로 만들었다.
그 뒤에도 경남 창원·인천 남동 등에 BIZ프라임센터를 만들고 중견·중소기업 대상 영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말 조직개편에서는 중견기업 맞춤형 금융지원 전담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조 행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금융을 더 채찍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올해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위는 전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고 스트레스 상황의 DSR을 2월 말부터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조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최근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2%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하기도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기업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조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며 “기업금융은 우리가 대표이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분야로 올해는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해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행장 역시 기업금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과거 우리은행 대기업심사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지낸 인물로 지난해 7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강화 임무를 받고 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신년사에서 “2024년 경영목표는 핵심사업 집중과 미래금융 선도로 정했다”며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글로벌 등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