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화오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권 부회장은 최근 해외 잠수함 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기반을 다지며 해외영업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기업 밥콕과도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밥콕은 영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잠수함 유지보수, 부품 조달 분야에서 독보적 실적과 역량을 지닌 글로벌 전문 방산기업으로 꼽힌다. 밥콕 역시 글로벌 잠수함시장을 넓히기 위해 디젤 잠수함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화오션과 협력을 강화하려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밥콕은 한화오션이 건조하고 있는 장보고III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닉 하인 밥콕 국제부문총괄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은 최근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에서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부사장 등을 만나 잠수함 분야 기술교류를 협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밥콕이 캐나다정부의 잠수함 군수지원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정부가 추진하는 잠수함 도입사업인 CPSP사업에 관한 협력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CPSP는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잠수함 도입사업으로 물량과 금액이 8~12척, 70조~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를 위한 절충교역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캐나다 현지기업 씨에이디(CAE InC), 제이스퀘어드테크놀러지(J-Squared Technolonies), 모데스트트리(Modest Tree), 데스네데(Des Nedhe)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며 캐나다산 장비 구매, 현지 중소기업, 원주민 기업과 협력, 기술개발 투자 등 자국 산업과 기술 발전을 위한 절충교역 요건을 따지고 있다.
▲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해외사업단장 부사장(왼쪽)이 2023년 11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딥 블루 포럼 2023'에서 프랜스 허버트 CAE 대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화오션>
캐나다와 함께 폴란드도 권혁웅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잠수함 사업 확장을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폴란드 정부는 잠수함 현대화 사업 ‘오르카(ORKA)’를 추진하며 신형 잠수함 2~3척(약 5조 원 규모)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화오션데이’ 행사를 열고 장보고III 잠수함이 보유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강점이 폴란드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전세계 디젤 잠수함 중 최고의 잠항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화오션의 해양방산사업 비중 확대는 한화그룹 편입 이후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방산분야에 특화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2030년 글로벌 방산 10위 권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그룹 소속이 된 뒤 울산급 호위함 2척(계약규모 7917억 원)과 장보고III 배치(Batch)-II 1척(계약규모 1조1020억 원)의 수주에 성공했다.
다만 국내 해양방산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올해부터는 해외 수주에 더 속도를 내며 외연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측은 잠수함·수상함 분야가 향후 10년 동안 세계 시장규모가 2430억 달러(약 3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기술력과 건조역량을 인정받고 있던 분야다.
대한민국 해군이 발주한 24척의 잠수함 가운데 17척을 한화오션이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건조 능력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2011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한국의 첫 잠수함 수출을 이끌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수중사출 시험평가에 성공한 이력도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기술을 독자적으로 갖춘 사례다.
권혁웅 부회장은 앞으로도 한화오션의 사업에서 해양방산에 적잖은 자원과 역량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추진한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5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방산 분야에 가장 많은 약 6321억 원이 투입된다. 해외방산사업에 4200억 원, 함정건조시설 투자에 1500억 원, 차세대 함정기술 투자에 621억 원이 활용될 예정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국내 해양방산 수주 이력(트랙레코드)을 잇달아 쌓으며 글로벌 해양방산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