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ESG 평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받자' 세미나에서 세미나를 주최한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진양희 ESG지속가능센터 연구소장이 '국내외 ESG평가모델 살펴보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요구가 정교해지고 있는 가운데 S&P글로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서스틴베스트, 한국사회투자 등 국내 대표적 ESG 평가기관들이 다양한 평가모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에서 법무법인 디라이트와 임팩트온이 공동주최한 ‘ESG 평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받자’ 세미나가 열렸다.
진양희 디라이트 ESG지속가능센터 연구소장은 ‘국내외 ESG 평가모델 살펴보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투자자를 위한 ESG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 소장은 “기업의 ESG 평가는 관련 위험이나 기회에 노출되는 정도 및 이를 관리하는 역량, 즉 비재무적 성과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ESG 경영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투자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줘 지속가능금융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고 진 소장은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시장 명성, 평판, 이슈를 파악하고 거래관계에 놓인 기업의 리스크를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투자자들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영진 S&P글로벌 이사는 ‘글로벌 ESG 평가: DJSI’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의 성장, 수익성, 자본, 효율성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ESG 요소를 평가한다”며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금융 정보 제공기관 S&P글로벌은 기업 지속가능성 평가지표(CSA)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ESG 경영 능력을 평가해 매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를 발표한다.
CSA는 기업의 지배구조, 윤리경영, 리스크 관리, 기후변화, 인적자본 개발, 사회공헌 등의 공통항목과 지속가능금융, 분쟁광물 등 산업별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이사는 “ESG 평가 방법론은 따로 검증받을 필요가 없지만 S&P글로벌은 자체적으로 제3자 검증을 추진해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투자자의 요구에 제대로 부합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다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ESG 평가: CDP” 주제발표에서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투자자들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비영리조직”이라며 “투자자 대신 기업에 환경 정보를 요청하는 글로벌 환경 정보공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다.
CDP는 기후변화, 물 안보, 삼림 등과 관련 정보를 기업들에 요청해 수집하는데 이 정보들을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연구원은 “CDP가 모은 정보를 투자자, 평가사, 정책입안자들이 사용한다”며 “CDP가 직접 가공한 정보뿐 아니라 가공 전 정보(로우데이터)도 2차, 3차 가공해 사용하는 기관들이 많다”고 말했다.
▲ 16일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ESG 평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받자' 세미나의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고은해 서스틴베스트 본부장은 ‘국내 ESG 평가: ESG밸류TM’ 발표에서 한국 상황에 맞는 ESG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최초인 2006년부터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이 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평가모형 ‘ESG밸류TM’을 통해 국내 기업에 관한 ESG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특수성이라고 볼 수 있는 지주사와 계열사의 동시 상장, 쪼개기 상장 등을 고려해 지주사에 관한 ESG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2013년 국내 처음으로 순수지주사에 관한 ESG 평가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서스틴베스트가 2016년에 개발한 ‘대규모 기업집단 평가 방법론’ 역시 국내 기업의 ESG 경영을 평가하는 특화한 요소다. 이 방법론은 오너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 훼손 여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신지현 한국사회투자 팀장은 “‘스타트업을 위한 ESG 평가: ESG플러스’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대부분 스타트업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창업을 하는데 글로벌 흐름이 ESG로 흘러가고 있다”며 스타트업에 특화한 ESG 평가모델이 중요하다고 봤다.
ESG·임팩트투자사인 한국사회투자는 정체성에 맞게 최근 스타트업에 특화한 평가모델 ‘ESG플러스’를 내놨다.
신 팀장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때 유럽연합(EU)에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인증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ESG 연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ESG 교육 이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커지고 있는 ESG 평가 요구에 기업들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상훈 KCC글라스 ESG경영팀장은 ‘ESG 평가 대응 사례 공유: KCC글라스’ 주제발표에서 “KCC글라스는 2021년 ESG경영팀을 신설해 이윤추구와 동시에 인권, 환경 리스크 등의 대응에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KCC글라스는 유리, 바닥재, 인테리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주요 고객사로부터 ESG 평가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한 팀장은 “KCC글라스는 제너럴모터스, 현대·기아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에서 ESG 평가 기관의 인증을 받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GM에서 갑작스럽게 평가를 받으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는 2주 내에 CDP에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고객사가 각기 다른 기관의 ESG 평가를 요구하는 만큼 다양한 기준을 보고하는 과정들이 쉽지는 않다”며 “그러나 유럽 공급망 실사법 등으로 ESG 평가가 향후 협력업체 선정 및 유지에 중요한 선정 기준이 되는 만큼 ESG 평가는 꼭 받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표 뒤 패널토론에서 이진영 SK 지속경영담당 팀장도 “SK는 현재 DJSI 월드지수에 12년 연속 편입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12년 지속가능경영 관련 전담조직을 만들고 출발할 때는 인식 부족 등 탓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며 “구성원들에게 ESG의 중요성을 내재화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ESG 평가는 오히려 투자자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기업들은 ESG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