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1-16 1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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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이 올해 본격적인 미국 공략을 앞두고 미국 화장품 규제인 'MoCRA(모크라)'를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모크라의 주요 규제인 생산시설 인증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 16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본격적 미국 공략을 앞두고 분주해졌다. 사진은 LA에 위치한 더 에이본 컴퍼니 플래그십스토어 '스튜디오 '1886'. < LG생활건강 >
16일 화장품 임상 기관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발효를 앞두고 새로운 안정성 기준에 맞춰 다시 인증을 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표 화장품 전문 인체적용시험 기관인 한국피부과학연구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인증 기준이 바뀐 만큼 새로운 기준에 맞춰 인증해달라는 고객사들의 요청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FDA는 올해 7월1일자로 화장품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화장품 현대화법 모크라를 발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모크라의 주요 규제사항은 제조 및 품질관리(GMP)인증을 받은 업체에서의 생산, 성분의 안정성 입증 그리고 라벨에 표기하는 모든 문구 규제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북미법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북미에서 화장품 진출 브랜드 확장을 앞둔 LG생활건강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모크라는 생산시설과 관련한 규제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미국 FDA가 구체적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추후 생산시설 인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LG생활건강은 현재 국내에 있는 청주 공장에서 화장품 물량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북미지역으로 묶이는 도미니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지만 해당 공장은 치실을 생산하는 공장인 만큼 화장품 생산과는 무관하다.
모크라에 따르면 생산시설은 미국 FDA의 인정 기준인 cGMP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cGMP는 미국에서 만들라고 지시한 것일 뿐 정확한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선제적으로 cGMP를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져 LG생활건강으로서는 생산시설과 관련한 규제를 즉각적으로 처리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더 후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있다. 사진은 더 후 스킨케어세트. < LG생활건강 >
현재 LG생활건강은 북미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주력 제품인 '더 후'의 북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준비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미 북미에서 인지도가 있는 빌리프, 더페이스샵 이외에도 럭셔리 브랜드인 '더 후'의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후'는 LG생활건강 화장품 제품군에서 가장 고급화된 라인업으로 북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LG생활건강이 2018년부터 미국에서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빌리프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현지인 북미 규제기준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북미 공략을 위해 적극적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북미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대표적으로 2019년 북미 화장품 업체 ‘더 에이본 컴퍼니’를 약 1450억 원에 인수한 이후 2020년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인수, 2021년 헤어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보인카 지분 인수 그리고 2022년 미국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인수까지 북미 지역을 겨냥한 4건의 인수합병에 약 6051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미에서 오프라인 판매망 재정비 등으로 LG생활건강의 미국법인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공략에 속도를 올려야할 필요성이 크다.
LG생활건강의 미국 종속기업인 더 에이본 컴퍼니는 2022년 연간 순손실 474억 원을 냈다. 2021년 56억 원 대비 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미국 종속기업인 보인카와 더크램샵은 2022년 각각 연간 순이익 28억3100만 원, 99억900만 원을 기록했으나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이 핵심 화장품시장인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진출이 더뎌진다면 기업가치까지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2021년 170만 원에 이르던 주가는 최근 3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생활건강은 이미 2018년부터 자사 브랜드 빌리프가 미국에 진출해있다”며 “다른 제품들 역시 빌리프 제조 기준에 맞춘다면 해당 기준을 통과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