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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품에 안긴 지 어느덧 100개월, 업계 2위 홈플러스 실적 개선 여전히 난망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10 15: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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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품에 안긴 지 어느덧 100개월, 업계 2위 홈플러스 실적 개선 여전히 난망
▲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팔린지 100개월이 지났지만 실적 개선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홈플러스가 지난해 7월 재단장해 선보인 부산 해운대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1호점 센텀시티점에서 모델들이 리뉴얼 오픈을 알리고 있는 모습. <홈플러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어느덧 100개월이 흘렀다.

사모펀드라면 수 년 안에 회사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홈플러스는 다르다. 현 시점에 홈플러스를 매각하려면 수조원의 손실을 봐야할 정도로 기업가치가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실적 반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유통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10일 비지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8년3개월이 넘었지만 홈플러스 실적이 개선될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소속이 된 시기는 2015년이다. MBK파트너스는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그 해 9월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대금 납입은 2015년 10월에 마쳤다.

당시 홈플러스의 매각은 유통업계에서 큰 화제였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주인이었던 영국계 유통기업 테스코그룹에게 지급했던 돈은 모두 5조8천억 원이었다. 홈플러스가 가지고 있던 부채 1조4천억 원도 그대로 떠안기로 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인수에 들어간 돈만 7조2천억 원이었다. 유통업계를 떠나 국내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였다.

홈플러스가 국내 2위의 대형마트 회사라는 점에서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무리한 가격을 써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홈플러스는 이미 MBK파트너스가 인수하기 전부터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는데 인수 이후에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9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부진을 거듭한 탓에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매출은 6조4807억 원까지 후퇴했다. 당시 영업손실은 1335억 원으로 6년 만의 적자이기도 했다.

2022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2월)에는 12년 만의 매출 반등에 성공하며 매출 6조6천억 원을 내기도 했지만 영업손실은 오히려 2602억 원으로 확대했다. 매장 재단장 등에 1천억 원 이상 투자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적자 규모가 수천억 원 수준이라는 점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다.

지금도 상황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노조와 임금과 단체협약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사 측은 최근 열린 임단협 본교섭 자리에서 노조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항상 4천억 원 정도 마이너스다” “돈이 없다”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본교섭에서는 그나마 2023년 매출이 직전 해보다 3%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지만 손익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감소 탓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어보인다.

MBK파트너스 역시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홈플러스를 운영하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점포를 10개 넘게 매각했지만 여전히 회수해야 하는 금액은 넘쳐난다.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를 매각하면 좋겠지만 유통업계의 상황을 볼 때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예전에 샀던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적을 빠르게 개선하는 것만이 장기적 기업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길인데 이마저도 속도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MBK 품에 안긴 지 어느덧 100개월, 업계 2위 홈플러스 실적 개선 여전히 난망
▲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자산 유동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잘 나가는 매장마저 매각한 탓에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지 못하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MBK파트너스는 2021년부터 일부 매장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2020년 기준 전국 140개였던 홈플러스 매장은 2023년 말 기준으로 131개까지 줄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전국 매장 매출 톱5 안에 들었던 경기 안산점을 4300억 원에 팔기도 했다.

매출이 잘 나오는 매장을 판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앞으로 손익 개선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MBK파트너스의 이런 조치들은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식품 전문관 메가푸드마켓 전환과 온라인 매출 비중 상승 등으로 매출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비상장사기 때문에 실적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흐름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임단협에서 나온 발언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등을 반영했을 때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메가푸드마켓은 홈플러스가 식료품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2월 처음 선보인 식품 전문관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 지 2년차 된 점포의 재단장 후 1년 동안 식품 매출은 최대 95% 뛰었다. 홈플러스는 전국 점포의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을 순차적으로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점포 매각이 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시각과 관련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 역시 점포 수를 줄이는 흐름을 보였다”며 “입지가 비슷한 곳에 있는 점포들을 효율화함으로써 내부적으로 중복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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