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2024년 1월2일 최신 주식 현황 및 경제 지표를 보여주는 전광판 아래를 걸어가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아시아 시장은 향후 중국 경제가 약화할 것이라는 각종 수치가 공개되면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지난해 2023년을 통과했다.
인플레이션, 이에 대처하려는 금리급등 속에서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경기침체, 주요 신흥국 시장의 부채 증가,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독일 경제의 성장 저하에 따른 유럽연합의 난조 등의 위기에도 잘 버텨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고 새해로 이월된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남아있고, 특히 급등한 금리의 후폭풍 효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줄었으나, 금리인하는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로부터 이월된 문제 가운데 현재 가장 뜨겁게 진행 중은 것은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경제의 위기설이다. 중국경제는 정점에 달해, 중국경제 기적은 끝났고, 성장둔화에 따른 심각한 후폭풍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중국경제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9년 이래 각종 분야에서 수치상으로 가장 심각한 둔화를 보였다.
지난해 초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봉쇄를 풀자, 소비 진작 등으로 장밋빛 전망이 일었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 수출 감소, 소매판매 정체, 기업이익 축소, 지방정부의 지출 삭감, 주택분야 부진에 따른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의 사실상 파산에 따른 극도의 부동산 침체가 이어졌다.
급기야 4분기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을 미국 주도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디커플링과 관련해, 미국이 그 고삐는 더욱 조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적대적인 상황에서 서방에서의 중국 경제 비관론 역시 최고치에 이른 듯하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5%를 넘었다. 이는 과거 성장률에 비하면 현저히 둔화됐으나, 국제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높다. 세계 2위인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력은 올해에도 막강하다.
중국 경제가 올해에도 대외적으로 직면할 가장 큰 난제는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분리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약화, 기업들의 탈중국 흐름으로 나타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해외기업들이 단순히 중국을 떠나기보다 이른바 ‘중국+1’ 전략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유지하면서, 제3국에서 관련된 새로운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주요 외국기업들이 ‘중국+1’ 전략을 채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이 보유한 생산 능력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기업들에게 막대한 비용 우위를 제공한다.
이에 더해 중국 국내기업들은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의 대중 공급망 분리나 관세에 대처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자체 생산망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1980년대 엔고와 미국의 대일 견제를 피하려 이런 전략을 구사했다.
20년 전부터 중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며,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눈 지방정부 및 국영기업의 과도한 부채나 높은 부동산 비중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이 있다. 물론 지난해 중국 경제가 현저한 둔화를 보인 것은 분명히 이와 관련이 깊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국영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부채로 쌓아올린 부동산 팽창이 중국이 장기적 성장 전망을 위협한다고 보고 이를 시정하려 했다. 지난해 경제성장 둔화는 다분히 그 불균형 시정 노력 과정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010년 이후 중국은 두 차례의 재정 및 통화팽창을 겪었다. 이를 통해서 지방정부의 상업적 부채가 급증했다.
첫 번째로 2014~2018년 중앙 정부는 지방정부에게 약 8조 위안(1조1천억 달러)의 장기채 발생을 허가했다. 이를 통해서 지방정부의 상업 부채를 갚게했다. 일종의 부채교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더믹이 덮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또 다른 부채를 양산했다.
사교육 분야의 과도한 상업화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도 문제이다. 사교육 분야는 12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정부는 핵심 과목에서 수익형 사교육을 금지하는 조처까지 내렸다. 이런 조처는 당장은 팽창한 사교육 분야와 관련된 경제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비대해진 부동산 분야가 야기한 불균형에 따른 조정이 지난해 경기둔환에 결정적이었다. 2013~2021년까지 국내 고정투자의 약 25%가 부동산 분야로 들어갔다.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비구이위안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갚지못해 몰락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단기 비용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균형 시정에 머뭇거리지 않고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중반 이후 주택판매는 약 40%가 감소했는데, 이는 정부가 부동산 분야의 고삐를 죄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10년 동안 지방정부, 국영기업, 부동산 분야의 불균형 시정 노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2015년에 ‘공급 측면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해, 과잉생산 능력 분야의 과도한 부채를 줄이려는 금융규제 및 정부감독을 강화해 왔다. 이는 중국 경제가 서방 경제가 겪었던 부채위기 혹은 금융위기를 막는 데 기여했으나, 부동산 등 과도한 부채 비율의 분야에서 성장둔화로 전체 경제에서 부담을 안겼다.
부동산 분야가 폭발해 중국 경제를 삼킬 것이라는 위기감은 연말로 접어 들면서 잦아들고 있다.
새해 들어 중국 정부가 새롭게 확장적인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펼치는 조짐까지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대출을 재개하라고 은행들에게 권고하고 있고, 이 때문에 주택분야가 올해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도 중국이 5%대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직면한 도전이 간단치는 않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경제동력의 원천으로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인공지능은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으나, 수익성이나 시장 장악에서는 아직 의문으로 남는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는 지난해 83%까지 치솟았다. 2014년의 40%에서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지방정부, 국영기업의 부채 조정, 부동산 거품빼기에 정부의 능력이 제한된다는 의미이다. 부동산과 사회간접분야는 중국 경제에서 여전히 30%의 몫을 차지한다.
높아진 부채 비율로 정부의 능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당장의 성장 동력인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 분야를 억제하고,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분야를 지원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곧 망할 것처럼, 이제 중국 시장은 끝났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전략은 망상에 가깝다. 특히 중국 경제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그 혜택과 영향을 받아온 한국 입장에서 중국 경제 피크론이나 중국 시장 종말론은 누구를 위한 담론인지 의심된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