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4대 그룹 중에서 2024년에 가장 큰 폭의 조직개편이 이뤄진 곳은 바로 SK그룹이다.
SK그룹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핵심 참모로 불렸던 부회장단 전원이 물러나고 50대 젊은 CEO들을 전진배치하면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SK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배경에는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 경영철학이 숨어있다.
지난해 SK 주력 사업의 실적은 썩 좋지 못했다. 특히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사업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과연
최태원 회장이 그리는 2024년 딥체인지의 그림은 무엇일까? 오늘은 선대 최종현 회장의 혁신 DNA를 이어가고있는 SK
최태원 회장의 2024년 경영전략을 분석해보겠다.
◆ SK 최종현 회장의 2024년 경영전략, 반도체부터 통신까지 AI 생태계를 주도한다
2023년 연말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년 만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위를 탈환했다.
재미있는 점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반도체 한파 때문에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의 1등 공신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인 HBM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SK가 HBM시장을 선점한 건 미래를 읽고 미리 준비한 덕분이다.
2008년 당시 하이닉스는 고객사 닌텐도의 그래픽 성능 향상을 위해 HBM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HBM이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태원 회장은 앞으로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이 메모리반도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HBM 개발 투자를 밀고 나갔다.
이후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최초의 HBM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10년 뒤를 준비하는
최태원 회장의 행보는 아버지 최종현 선대회장과 닮은 부분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은 예전에 최종현 회장을 두고 “소리없이 10년 뒤를 준비하는 미래 설계자”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최종현 회장은 자동차의 연료로 기름 외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1982년 종합 에너지 회사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석유사업은 한계가 있고 공해문제도 있으니 전기, 태양에너지, 배터리 등으로 사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후 계속 연구개발을 이어가 배터리 기술을 키워냈으며 현재 배터리 사업은 SK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SK그룹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통신사업도 마찬가지다.
1984년 최종현 회장은 정보통신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미국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다. 아직 386 PC도 확산되지 않았던 시대였다는 것을 살피면 최종현 회장의 시선이 미래를 향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10년을 미리 준비한 덕분에 SK는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 비용이 상당히 비쌌기 때문에 임원진들의 반대도 극심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미래의 기회를 산 것’이라며 인수를 밀고 나갔다.
결국 SK그룹은 이동통신 사업을 발판 삼아 현재의 위치에 올라올 수 있었다.
최종현 회장의 DNA를 이어받아 반도체라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
최태원 회장 역시 2024년에도 반도체 분야에 조 단위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을 세웠다.
HBM 생산능력을 높이고 올해 상반기에는 5세대 HBM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SK그룹의 목표다.
HBM과 함께 올해 SK의 경영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SK하이닉스는 AI인프라 조직을 신설했으며 SK텔레콤 역시 글로벌 AI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사업부 체계를 개편했다.
최 회장은 2년 전부터 무보수로 SK텔레콤 회장직을 맡으며 AI 사업을 직접 이끌어왔으며 최근에는 도이치텔레콤 등 글로벌 4개 통신사와 인공지능 연합전선을 구축해 인공지능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섰다.
◆ SK그룹 또 하나의 승부수 바이오사업, 선대 최종현 회장 의지 꽃 피운다
SK그룹 인사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SK바이오팜의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의 바이오사업 역시 선대 최종현 회장이 씨앗을 뿌린 사업이다. “다 버려도 신약연구소만큼은 버리지 말아라”는 것이 최종현 회장의 의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그룹은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신약연구소만큼은 손대지 않았을 정도로 꾸준한 투자와 애정을 쏟았다.
이 유지를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이 10년 넘게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SK바이오계열사들은 코로나19 기간 매출 급성장을 일궈냈다.
현재 바이오사업의 관건은 3대째로 내려온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확실한 열매를 맺느냐에 달려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미국 판매 밸류체인을 통해 뇌전증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오너 3세의 리더십을 구심점으로 후속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그룹이 2024년에 약진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도 만만치 않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막대한 투자 때문에 빚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SK그룹의 순차입금은 119조 원으로 5대그룹 중에 가장 많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SK그룹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주력사업의 실적 반등을 통해 이런 재무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느냐가 2024년 SK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자를 이어가고있는 SK온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SK는 어려운 상황마다 이를 도약의 계기로 전환하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선대회장의 DNA가 우리에게 각인돼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의 말처럼 SK그룹의 역사에서 위기는 곧 기회였다.
선대 최종현 회장은 석유파동 등의 위기를 통신산업,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전환을 통해 기회로 바꿨으며
최태원 회장 역시 IMF, 글로벌 경제붕괴,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대전환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최태원 회장은 빠르고 확실한 딥체인지를 통해 2024년에 또 한번의 도약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SK그룹이 위기를 돌파하고 재계 2위 기업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