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와 인텔이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을 펼치는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올인해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TSMC와 인텔이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만 설비를 집중하는 선택을 했는데 미국 공장의 완공 및 제품 양산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두 기업이 생산거점 다변화로 성과를 내면서 미국만 바라보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대만언론 디지타임스는 반도체 공급망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이 내년 2월에 완공식을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TSMC가 짓고 있는 반도체 제1공장에 전체 투자금의 약 40%에 해당하는 4760억 엔(약 4조3154억 원)을 보조금으로 책정했다. 제2공장 건설에도 9천억 엔(약 8조1600억 원)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은 효율적으로 건설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TSMC에 수익성에도 보탬이 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짚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기로 발표하기 1년 전인 2020년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1조7700억 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뒤 일본으로까지 생산거점을 늘렸던 것이다.
▲ 미국 외의 국가로도 생산설비를 다변화하는 TSMC와 인텔의 선택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인텔의 사업장. <연합뉴스> |
TSMC의 선택은 미국 외에 국가에는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와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본국인 한국 외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만 170억 달러(약 21조9953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다른 선택을 한 기업은 TSMC만이 아니다.
인텔도 미국이 아닌 국가들에 파운드리 설비를 투자하면서 해당 국가의 정부 보조금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로이터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250억 달러(약 32조3152억 원)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이스라엘에 건설하면서 32억 달러(약 4조1368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확보했다.
로이터는 “인텔은 삼성전자나 AMD와 같은 경쟁사들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3개의 대륙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언급한 ‘3개 대륙’은 인텔의 본산인 북미와 이스라엘이 위치한 아시아 그리고 유럽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독일 등 유럽에도 파운드리 건설을 확정하면서 대규모 정부 보조금을 확보한 상태다. TSMC 또한 독일 드레스덴 지역에 투자를 확정하고 건설을 준비중이다.
독일 정부가 인텔과 TSMC 파운드리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한 보조금 규모는 모두 149억 유로(약 21조3034억 원)에 이른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서도 꾸준히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 늦어져 공장 건설과 생산에 차질을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지원법에 근거한 보조금이 미국의 군사용 반도체기업 등에 집중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TSMC와 인텔의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은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미 상무부가 지난 12일 군용장비 반도체 전문 제조기업인 BAE시스템스를 첫 반도체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안보에 기여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기조가 읽힌다.
▲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인근에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오스틴법인이 테일러 고등학교에 반도체 인력 육성을 목적으로 1백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갈무리. <삼성전자> |
미국은 애플과 엔비디아를 포함해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들의 사업장이 다수 위치한 국가다.
바이든 정부도 반도체 지원법 가운데 시설 투자 보조금으로 사용되는 390억 달러(약 50조4615억 원)를 앞세워 자국 내에 글로벌 제조사를 유치하는 온쇼어링 정책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라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지인 이유다.
그러나 TSMC와 인텔이 선택한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은 보조금과 고객사 유치를 노리고 미국에만 생산설비를 집중하는 방안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생산거점으로 미국만을 선택한 삼성전자는 제품 양산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를 2024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가동 시기를 2025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국내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블름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제공이 늦어지면서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공장 건설을 늦추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TSMC와 인텔은 일본과 유럽 및 이스라엘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면서 미국 정부 지원에 차질이 빚어져도 대응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 이외의 지역에 투자 추진이 늦어진 것이 약점으로 남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기가 연기됐는지 묻는 비즈니스포스트의 질문에 “정확히 2025년 몇 분기에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하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지만 2024년에 첫 반도체를 출하한다는 기존 계획에 변동은 없다”고 답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