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헬스케어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가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그랜드오픈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는 모습. <롯데헬스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새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롯데헬스케어에게 내년은 도약의 시험대와 같다.
법인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의 행보가 성과를 내기 위한 걸음마였다면 앞으로는 그 결실도 일부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확까지는 못 하더라도 투자가 생각한 대로 잘 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때다.
최근 롯데헬스케어 수장에 오른 우웅조 대표이사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행인 지점은 롯데헬스케어가 핵심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헬스케어의 주력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 우 대표가 사업적 기반을 다지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헬스케어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렴한 비용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각 개인이 가진 유전자를 통해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검사를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는 암을 조기 진단하고 유전질환이 있는 부부에게서 착상 전 유전진단을 시행하거나 치료를 위한 약물의 사용 시 개인에게 적정한 약물농도를 알아보는 등 여러 목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유전자 검사는 일반인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이었다. 병원이나 유전자 진단을 해주는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검사 비용도 수십만 원을 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길이 다방면에서 생기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유전자를 채취한 뒤 검사 결과를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길이 유전자 검사 키트를 통해 열리고 있어서다.
비용도 저렴하다. 최근에는 5만 원에도 본인이 어떤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키트도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기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일이 많아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씨는 17일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DNA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유전자 검사 키트가 요즘에 유행하더라”며 타액을 통해 유전자를 체취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구독자들과 공유했다.
방송인 박미선씨도 최근 항 방송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혈통이 완전한 동아시아인이라는 결과를 밝혔다. 배우 이동욱씨와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솔라도 2020년에 이미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롯데헬스케어로서는 이런 유행이 반가운 일일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구상하는 사업의 지향점은 ‘건강관리 플랫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9월 내놓은 앱이 바로 ‘캐즐’이다. 캐즐은 ‘건강관리(Care)를 퍼즐(Puzzle) 맞추기처럼 즐겁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캐즐에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이 가운데 롯데헬스케어가 핵심으로 여기는 지점은 바로 유전자 검사다.
롯데헬스케어는 법인 출범 초기부터 유전자 검사를 핵심 사업으로 생각해왔다. 2022년 11월 유전자 분석을 위한 브랜드 ‘프롬진’의 상표를 출원했으며 이후 실제 제품까지 출시하며 사업 성공에 공을 들여왔다.
프롬진을 통해 유전자를 검사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영양소와 피부, 모발, 식습관 등과 관련된 69종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런 유전자 정보가 캐즐 앱에 등록되면 이를 활용해 ’잘 맞을 가능성이 높은‘ 영양 성분이나 운동 관련 제품 등 건강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기능으로 사업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프롬진의 성공을 위해 투자도 많이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10월 유전체 분석 업체 테라젠바이오와 함께 합작법인 테라젠헬스를 설립했다. 테라젠헬스 지분 51%를 확보하는 데 투자한 돈만 235억 원이다.
롯데헬스케어가 당시까지 롯데지주로부터 출자받았던 700억 원 가운데 3분의 1을 쏟아 부었다는 점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유전자 검사에 얼마나 주력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성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헬스케어에 따르면 캐즐 앱 출시 이후 프롬진 제품의 판매량은 앱 안에서 1, 2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가 주목받는 흐름이 헬스케어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면 그 기반을 형성하는데 오래 투자해온 롯데헬스케어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아직 롯데헬스케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롯데헬스케어가 내놓은 캐즐의 성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누적 내려받기 수가 10만 건을 넘었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즐겨 찾는 앱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기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캐즐을 이용한 사용자 수 추이는 하루 평균 2500명 안팎으로 파악됐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2~3분 내외로 짧은 편이다.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는 9월 캐즐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사업의 구체적 목표와 관련해 “내년까지 가입자 100만 명을 유치하는 것”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먼 셈이다.
▲ 롯데헬스케어가 개발한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에서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등록하면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헬스케어> |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유전자 분석 시장은 이제 막 개화기인 시장이라 이렇다 할 강자가 없다. 롯데헬스케어 이외에도 뱅크샐러드와 같은 핀테크 기업과 중소 중견 바이오기업들이 저마다 유전자 분석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롯데헬스케어와 캐즐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가 최근 광고와 제품 홍보에 점차 나서고 있는 점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초창기인 점을 감안해 마케팅을 별도로 하지 않았지만 최근 사용자 검색 기반 광고를 보면 캐즐 앱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밖에도 캐즐 앱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관련해 연말 할인 등의 보도자료도 종종 내고 있다.
우 대표는 2021년 8월 롯데지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혁신실 산하 헬스케어팀 팀장으로 합류한 인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거친 헬스케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롯데헬스케어 법인이 출범할 때 초대 대표이사로 거론됐으나 롯데그룹 기획·전략 전문가인 이훈기 사장이 키를 잡으면서 우 대표는 사업본부장만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 사장이 롯데그룹 화학군HQ 총괄대표로 이동하면서 우 대표가 그의 뒤를 잇게 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