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은 크리스마스에 종교행사에 참석하거나 약자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성탄절 행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이날 윤 대통령이 성당을 찾아 성탄절 미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은 무교로 알려져 있지만 대학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아 '암브로시오'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후 2년 연속 성탄절 미사를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중구 약현성당에서 열린 성탄 대축일 미사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4일에도 명동성당에서 열린 자정미사에 참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강조했다.
2021년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 말씀에 따라 서로 사랑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함께 만듭시다"고 제안했고 2022년엔 "예수님 말씀 중에 가장 요체가 되는 것은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라며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연대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 교회 예배에 참석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임기 첫 크리스마스에는 유년시절 다니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영암교회를 찾아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우트를 지도한 은사 손관식·이순길씨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때도 이웃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나이가 들면서 법학을 공부해 보니 우리 모든 질서와 제도가 다 성경말씀에서 나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예수님의 말씀, 이웃을 사랑하고 내 책임을 정확하게 잘 완수하는 것이 예수님 말씀을 잘 따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웃 사랑의 첫 번째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4일 기부·나눔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고 또 나누고 베풀고 하는 박애의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사회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전몰·순직군경 유가족을 대통령실에 초청해 오찬 행사를 마련했다. 연말 이웃사랑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크리스마스 메시지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올해도 영암교회를 방문할지는 미지수다. 2년 연속 같은 곳에 가는 것은 부담일 수 있어 다른 일정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때도 영암교회를 찾아 추도예배를 드린 바 있다. 같은 날 오후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영암교회에서 별도의 추도예배를 진행한 일을 두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크리스마스에 종교행사부터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찾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크리스마스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당을 찾아 모친과 함께 미사를 드렸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났고 페이스북을 통해 성탄축하 메시지를 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한 모습. <국가기록원>
2021년 퇴임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 때는 “예수님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며 “이웃이 아프진 않은지, 밥은 드셨는지,방은 따뜻한지 살펴보는 이들의 손길이 예수님 마음일 것"이라는 성탄 메시지를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크리스마스에 서울 신월동에 있는 아동양육시설 '서울 SOS 어린이마을'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사랑과 평화를 위해 오신 것 같이 우리에게도 마음의 사랑과 평화가 넘치길 바랍니다"는 축하인사를 전했다.
2015년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28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성탄축하 메시지 대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대표와 나눔과 기부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도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소망교회 장로인 이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성탄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드렸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산타 분장을 하고 어린이 복지시설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페이스북에서 “손주들, 어린이들이 정성을 다해 써내려간 크리스마스 카드를 읽을 때면 그 순간만큼은 할아버지인 것이 정말 행복하다”며 “가족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오늘만큼은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2년 성탄절에 장남 건호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2004년 성탄절에는 불우이웃돕기 모금 프로그램인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했고 2005년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희망콘서트'에서 가수들과 '사랑으로'를 불렀다.
가톨릭 신자로 잘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성탄절에 미사를 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당시 경호문제 등을 감안해 외부 미사에 참석하지 않고 성탄절 전주 주말, 청와대에서 안병철 세종로 성당 신부 주재로 가족미사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리틀엔젤스 1973년 12월 리틀엔젤스 무용단을 접견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취임 전부터 다녔던 충현교회에서 손명순 여사 등 가족들과 함께 성탄절 예배를 드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은평구 은평천사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에서 물러나기 직전에 시행한 성탄절(이브) 특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씨와 처남 이창석씨 등 5공화국 비리 관련자 19명을 특사에 포함시켜 화제가 됐다.
최근 영화 '서울의 봄'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인 출신답게 크리스마스에 전방시찰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8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성탄절 특사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연관된 복역자들을 모두 석방시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부전선 공군 레이더기지 장병들에게 담배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고 1971년 이브날엔 김시진 청와대 민정수석과 단 둘이 승용차로 서울 광화문 등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1973년 12월23일엔 육영수 여사와 함께 리틀엔젤스 무용단을 만났다.
12월25일 크리스마스는 또는 성탄절은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1945년 해방 이후 미 군정에 의해 크리스마스가 그해 10월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미군정 포고령이 법률상 효력이 상실되자 이승만 정부는 1949년 6월 새롭게 공휴일을 만들었고 법적 정식 명칭은 ‘기독탄신일’이다.
크리스마스 이외에 종교와 관련한 법정 공휴일은 1975년 제정된 석가탄신일뿐이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