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약업계 장수 CEO로 꼽히는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대규모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4연임 가능성 키우고 있다.
다만 국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꼽히는 케이캡의 계약 연장에 실패하며 내년 실적 부담이 커진 만큼 연임가도에 놓인 '티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종근당 임원인사에서 4연임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김 사장이 종근당 천안 공장에서 열린 생산업체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 임원인사에서 김 사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24년 3월로 올해 연임에 성공하면 종근당에서 처음으로 4연임에 성공하는 CEO가 된다. 그동안 종근당은 연말이나 연초에 임원인사를 발표해온 만큼 조만간 김 사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올해 임원인사는 1월 초에, 2022년 임원인사는 2021년 12월 말에 나왔다.
김 사장은 2015년 3월 처음 종근당 대표에 오른 인물로 유수 제약사를 거친 '외부 출신' 대표이자 종근당에서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사실상 종근당 자체적으로 장수 CEO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롱아일랜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면역학으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한독에 취직하며 제약업에 뛰어들었고 중외제약을 거쳐 스미스클라인비참, 릴리, 노바티스, 머크세로노를 거쳤다.
물론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수적 사업 특성상 장수 CEO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김 사장도 연임에 성공하면 제약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장수 CEO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종근당은 세계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에 1조 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김 사장의 4연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11월 노바티스와 CKD-510에 대해 총 13억500만 달러(약 1조7302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따져도 8천만 달러(약 1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올해도 기술이전 계약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종근당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317억 원, 영업이익 2193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9.63%, 영업이익은 99.56% 늘어나는 것이다.
김 사장이 종근당에서 처음 대표를 맡았던 2015년 매출 5929억 원, 영업이익 427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약 3배, 영업이익은 약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 종근당 본사 전경.
하지만 문제는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HK이노엔의 케이캡 판매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서 내년 실적 부담이 커진 점은 김 사장의 연임을 불투명하게 할 수 있다.
종근당은 2019년 1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함께 진행했다.
케이캡은 빠르게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면서 그동안 종근당의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종근당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케이캡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종근당에서 매출 910억 원을 올리며 종근당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약품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거둔 상품으로 꼽힌다.
이뿐 아니라 국내 처방액을 기준으로 케이캡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출 1007억 원을 올리며 연간 처방 매출 16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김 사장으로서는 올해 계약 연장에 실패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실적 부진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실제 시장에서도 종근당의 단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이 2023년 말 종료될 HK이노엔과 케이캡 공동 판매는 재계약 없이 종료될 예정을 2024년부터 케이캡의 매출은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 품목인 자누비아 매출도 약가 인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올해 대비 내년 자누비아 매출은 39%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