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2나노급 파운드리 공정부터 반도체 구조를 바꾸는 신기술 2종을 동시에 도입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인텔 '리본펫'과 '파워비아' 기술 안내 이미지.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2나노 이하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공정에 새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해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과 맞대결한다.
인텔은 이와 함께 반도체의 전력 전송 구조를 바꾸는 신기술도 삼성전자 및 TSMC보다 먼저 적용하며 기술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학술전문지 IEEE스펙트럼은 19일 “인텔이 2024년부터 새 트랜지스터 기술을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사들을 뛰어넘겠다는 희망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IEEE스펙트럼은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발간하는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 학술전문지다.
인텔은 수 년 전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뒤 상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미세공정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기는 데 주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인텔의 2나노급 미세공정 기술인 20A 공정은 현재 삼성전자나 TSMC보다 1년 이상 이른 2024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IEEE스펙트럼은 인텔이 20A 공정부터 자체 트랜지스터 기술인 ‘리본펫(RibbonFET)’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리본펫은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를 바꿔 기존의 핀펫(FinFET) 공정 기반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도입한 GAA 기술과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2025년 도입을 앞둔 2나노 미세공정에 더 발전한 GAA 구조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현재 기술은 초기 단계라 반도체 수율 등 측면에서 아직 개선이 필요하다.
TSMC 역시 2나노 공정부터는 처음으로 GAA 구조를 채택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결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2나노 경쟁에 GAA 기술도 핵심 요소로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
IEEE스펙트럼은 인텔이 리본펫과 파워비아(PowerVia) 기술의 동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더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전했다.
파워비아는 반도체의 뒷면에서 전력이 공급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춰 데이터와 전력 전송 효율을 모두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이를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곳은 인텔뿐이다.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는 IEEE스펙트럼을 통해 “리본펫과 파워비아 기술 동시 적용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방식”이라며 “인텔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전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인텔의 '핀펫'과 '리본펫' 기술 안내 이미지. <인텔> |
인텔의 리본펫과 파워비아는 모두 반도체 내부 구조를 크게 바꾸는 기술인 만큼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자연히 생산 수율 악화 등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인텔이 두 기술을 20A 공정부터 동시에 적용하겠다는 ‘강수’를 꺼내든 것은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을 추격하는 일이 그만큼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텔은 지난 10년 가까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발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텔이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는 사이 삼성전자와 TSMC는 7나노 이하 공정 기술에서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며 단기간에 큰 폭의 발전을 이뤄냈다.
AMD와 같은 경쟁사가 이러한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해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를 출시하고 인텔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기 시작하며 인텔은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지난 수 년 동안 벌어진 기술 격차를 만회하려면 강력한 승부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인텔의 20A 미세공정 개발 전략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테크인사이츠는 “인텔은 현재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전략이 반드시 대형 고객사 수주와 같은 성과로 이어져야만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IEEE스펙트럼에 따르면 TSMC는 2025년 2나노 공정에 GAA 기술을 처음 적용한 뒤 2026년부터 파워비아와 유사한 전력 전송 구조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반면 GAA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아직 파워비아에 대응할 만한 기술 도입 계획을 정식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테크인사이츠는 모든 파운드리업체가 결국 인텔의 뒤를 따라 새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며 인텔이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위험성을 감수하고 가장 먼저 신기술 도입에 도전한 만큼 이런 전략이 성공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IEEE스펙트럼은 “인텔은 리본펫과 파워비아 기술을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