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확정으로 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세간의 우려를 씻고 HMM 인수를 확정지을 지 관심이 모인다.
김 회장은 다방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해운산업 역량·재건 의지를 매각 측에 납득시켜 HMM 인수 후보로 하림그룹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하림그룹의 HMM 인수에 대한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19일 HMM 경영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HMM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해운산업 재건 의지로 HMM 인수 후보로 인정받았다. <연합뉴스> |
HMM 해원연합노동조합(HMM 해상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HMM 육상노조)는 하림그룹의 인수금융이 가진 위험성을 검증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HMM 해원연합노조(HMM 해상노조)는 사측에 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통보하기로 했다. 향후 출항 거부와 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단 태도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모니터링하겠다”며 “계약조건 공개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림그룹과 손잡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존재도 마뜩잖다.
해운업계는 HMM이 보유한 10조 원대의 현금이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에 쓰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해운 경기 하강 국면을 버티는데 현금이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가 5년 내로 지분을 매각(엑시트)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조건을 요구했다. JKL파트너스는 이번 인수전에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7500억 원을 투입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과거 알짜 계열사를 돈줄로 활용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하림산업을 2012년 설립한 뒤 계열사 엔에스쇼핑의 자회사로 뒀다. 엔에스쇼핑은 이후 하림산업에 총 7159억 원을 출자했다.
하림산업의 양재동 부지 개발사업이 본격화되자 지난해 하림그룹은 지배구조를 다시 짰다. 하림산업이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넘어가면서 엔에스쇼핑은 개발사업 이익을 하림지주와 나누게 됐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기존 엔에스쇼핑 주주가 느낄 허탈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장원 IBK증권 연구원은 2023년 1월 “엔에스쇼핑 주주는 성장동력이 될 자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HMM 인수가 하림그룹에게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자 HMM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1분기 14.7%, 2분기 7.5%, 3분기 3.6%로 하락세다. 게다가 향후 컨테이너선 전망도 밝지 않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15일 “컨테이너선 시장은 2024년 대규모 신조선 인도로 시황 하락세가 이어지겠다”며 “중기적으로 누적되는 공급 부담을 감안하면 빠른 업황 반등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해운 경기의 긴 하강 국면을 견딜만큼 하림그룹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림지주는 2023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9조1989억 원, 영업이익 5237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HMM은 매출 6조381억 원, 영업이익 5425억 원을 거뒀다.
국내의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있다.
▲ 해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계기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인수를 위해 끌어다 쓴 차입금이 원인이 되어 그룹이 해체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입찰 과정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던 동원그룹의 입장 변화다.
지주사 동원산업은 19일 “HMM 인수를 위해 검토했던 자회사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 등 인수자금 조달 방안은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동원그룹이 HMM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이 아니겠냐”고 봤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