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씨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현대해상에 합류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정 CSO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등을 돕는 활동을 그동안 해왔는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현대해상의 ESG활동을 강화하면서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씨가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로서 내년 1월부터 현대해상 경영에 참여한다. |
18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정 CSO는 내년 1월부터 현대해상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 CSO는 내년 1월1일자로 선임됐다”며 “디지털전략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커뮤니케이션본부를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이 CSO라는 직위를 새로 설치하며 정경선씨를 앉힌 것은 그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정 CSO는 ‘선’자를 돌림자로 사용하는 범현대가 3세들과 다르게 대학을 졸업한 이후 경영 활동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 대신 전략적이고 임팩트 있는 자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믿음에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에서 NPO(비영리단체)팀장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기업에 사회공헌 전략을 자문하고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세웠다.
루트임팩트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마련한 공유업무공간 헤이그라운드는 사회적기업들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에는 대출이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소셜벤처에 투자를 진행하는 회사인 HG이니셔티브를 세우기도 했다.
HG이니셔티브는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디자인 상품 제작사인 마리몬드, 청송의 농산물을 중개해 유통하는 생생농업유통 등 잠재력을 가진 소셜벤처에 투자를 진행했다.
2020년부터는 싱가포르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실반그룹을 설립해 공동창립자이자 매니징파트너로서 국제연합(UN)이 세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CSO 선임은 정경선씨가 다른 현대가 3세들과 비교했을 때 경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무척이나 늦어졌다는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4살 때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에 과장으로 입사했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27살에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정경선씨의 부친인
정몽윤 회장의 경우에도 22살에 현대종합상사에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고 30살부터는 현대해상 부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정경선씨는 1986년생으로 올해로 37살이다. 범현대 3세 가운데 경영 참여가 늦어진 상황에서 CSO는 정경선씨가 그동안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에 투자를 해온 경험을 살리면서도 자연스럽게 현대해상 경영에 참여하기에 유리한 직책일 수 있다.
현대해상도 CSO 신설과 정경선의 선임 배경으로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경선씨의 경험과 전문성이 도움이 될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정경선 현대해상 CSO는 ESG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승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정 CSO는 짧은 기간 안에 부사장과 사장으로도 승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다른 현대가 3세와 비교해 경영 참여가 늦어진 점을 감안해 1~2년간 CSO(전무)로 일하며 ESG 성과를 바탕으로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승계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CSO는 1986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공익재단인 아산나눔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2012년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재단, 소셜벤처 등을 돕는 루프임팩트를 설립했고 2014년에는 임팩트 투자사인 HGI를 세웠다. 2020년부터는 실반그룹 공동창립자이자 매니징파트너로 활동했다.
현재 록펠러 자산 자문단 이사와 커뮤니타스아메리카 이사회 의장, 리질리언트 시티즈 네트워크 이사로 일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