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과한 감귤의 모습. 올해는 생육기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감귤 생산량이 줄었들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감귤, 딸기 등 과일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랐다.
기후변화에 따라 한국에서 감귤, 딸기는 물론 세계적으로 농산품 시세가 들썩이면서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서비스(KAMIS)에 따르면 15일 기준으로 노지 감귤 M과 10개의 평균 가격은 3611원이다.
평년 가격 2877원과 비교하면 25.5%, 1년 전 가격인 3204원과 비교하면 12.7% 올랐다.
감귤 가격의 상승은 생육기인 여름에 호우와 폭염을 오간 변덕스러운 날씨, 긴 장마와 그에 따른 일조량 부족 등 영향으로 생산량이 타격을 받은 데 따른 결과다.
딸기 역시 12월 초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생육기 이상기후에 따라 평년보다 늦은 시기에 정식 재배가 시작되고 생육도 지연되면서 출하 시기가 평년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딸기 상품(上品) 100g의 소매가격은 12월 들어 한동안 2400원대를 보였다. 평년 가격 1891원과 비교하면 25% 이상 높은 가격 수준이다. 이후 출하량이 늘고 소비가 줄어든 데 영향을 받아 15일 들어서는 2천 원대로 떨어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받아 시세가 들썩이는 일은 한국 과일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올여름 남유럽에서 발생한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올리브 생산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올리브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지역에서 대부분 생산되며 서구권에서는 올리브유로 주로 소비된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리브유 가격은 올해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7%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리브 시세의 상승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농림부는 “올리브 생산량은 2024년에 과거 4년 평균치보다 3분의 1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리브로 만드는 올리브유가 서구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리브유 가격의 폭등은 서구권의 밥상 물가도 함께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올리브는 물론 밀, 설탕, 커피, 오렌지, 카카오 등 다른 주요 농산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후변와에 따른 생산량 타격과 시세 상승이라는 상황은 비슷하다.
▲ 가뭄으로 말라버린 스페인 라 비누엘라 저수지의 모습. <연합뉴스> |
주요 식재료 시세가 거의 예외 없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내년에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학계나 주요 언론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컫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 ‘기후플레이션(climate+inflation)’ 등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한국은행 역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세계 무역체제의 분절화, 친환경 제체 등과 함께 기후변화가 꼽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올해 10월에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후변화가 경제에 주는 영향에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10월23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는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후변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우리나라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제 선에서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