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재배치 및 사업구조 효율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 사장이 원가개선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최근 최고전략책임자 산하에 있던 전략수립 기능을 담당하는 경영전략그룹을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이 전략수립기능을 최고경영자 지속으로 옮긴 것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대규모 적자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원가 개선을 위한 운영 효율화 작업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원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2분기 95.1%, 같은 해 3분기 99.2%, 같은 해 4분기 100.3%, 올해 1분기 108.7%, 2분기 103.6%, 2023년 3분기 99.2%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 대한 매출원가의 비율로 상품 판매로 발생한 매출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100%에 육박하고 있어 제조 단계에서부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 사장이 취임사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가격·납기 등 기업 경쟁력의 가장 기본적 요소로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현장에서 많은 소통을 하며 개선해 나갈 것이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원가절감과 실적개선을 위한 밑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중으로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노사 사이에 기존 합의됐던 대로 진행하는 것도 이런 방침의 일환으로 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노후된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올레드 중심의 사업구조로 변화하기 위한 준비에 힘쓰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도 LCD 생산시설 가동중단에 따라 생긴 여유인력을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 사장은 전략수립기능을 담당하는 경영전략그룹을 최고경영자 직속조직으로 옮기면서 이런 사업재편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LG디스플레이 매출원가율과 영업실적.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운영효율화를 위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의 매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중국 스카이웍스에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타진했으나 최종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가 침체되면서 LCD TV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공장 매각 가격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용 LCD 패널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재매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나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65인치 LCD TV패널 판매가격은 2022년 12월 116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5월 150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10월 177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11월 174달러로 하락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옴디아는 올해 12월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패널 가격은 169달러로 내려올 것으로 분석했다.
연말 전자제품 성수기가 지난 뒤 TV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당분간 LCD 가격은 하락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말 세트 성수기가 지난 뒤 TV세트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 국면에 진입해 당분간 LCD TV 패널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레드로 전환하는 LG디스플레이의 전체적 사업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은 만큼 정 사장은 운영 효율화와 원가개선을 위해 매각 작업을 빠르게 다시 추진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LG이노텍를 지휘할 때에도 과감한 사업정리로 실적을 끌어올린 바 있다.
정 사장은 2019년 12월에는 중국 업체의 공세가 강했던 스마트폰용 메인기판 생산을 중단했고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연속 적자를 내던 LED사업 가운데 가장 사업성이 떨어지는 조명용 LED 사업을 2020년 과감하게 정리했다.
정 사장의 혁신적 사업재편으로 LG이노텍은 2021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면서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사업구조 효율화와 전략고객과 협력을 강화하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년 LG디스플레이의 연간 흑자전환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7개 분기 만인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전환한 뒤 내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146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