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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삼성 중공업 하청업체 천일기업 상경 농성단'과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및 지도부가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
올해 임금체불이 벌써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다단계 하청 산업구조에서 원청업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다단계 하청구조, 임금체불 매년 늘어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였던 천일기업의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급에 삼성그룹의 책임을 묻고 있다.
천일기업은 7월18일 갑작스레 회사 청산을 통보하면서 근로자 260여 명이 임금과 퇴직금 등 27억 원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원청기업인 삼성중공업에도 책임이 있다며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서 8월17일부터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5일에는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 주변인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진정서를 낸 근로자는 21만4052명으로 채불액이 9471억 원에 이르렀다. 체불액은 연말까지 1조4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금체불이 급증한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하는 하청업체가 크게 늘어난 탓이 크지만 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체불임금 규모는 2009년부터 매년 1조 원을 넘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29만2558명이 1조3195억 원의 임금을 받지못했다. 같은해 일본의 체불임금 규모는 1440억 원이었다. 우리나라의 GDP 규모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데 체불임금은 10배에 가까운 셈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도급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과 중공업, 건설업 등 대규모의 도급계약이 진행되는 산업의 경우 여러 단계의 하도급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발주자가 원도급자에 대해서만 대금지급 책임이 있고 하도급업체의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원청업체에게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후적 처벌보다 사전에 임금체불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치권도 “원청업체 책임 물어야”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6일 ‘삼성 중공업 하청업체 천일기업 상경 농성단 간담회’에서 “임금체불은 다단계 하청구조라는 잘못된 산업구조 때문”이라며 “임금체불에 대해 원청업체의 연대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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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심 대표는 이를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원청업체에게 하청업체의 임금 지급에 대한 관리책임을 지우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원청업자가 지불한 대금이 근로자에 대한 임금대금이나 자재대금 등 제 용도에 맞게 내려가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없다”며 “원청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이 임금으로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끝까지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원청업자가 임금계좌와 자재대금계좌 등 전용계좌를 따로 만들어 이 계좌를 통해서만 입금하도록 한다. 전체공사비 가운데 인건비에 해당하는 부분은 임금계좌를 통해서만 지불할 수 있도록 해 쓰임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실의 관계자는 “임금계좌에 지불된 대금이 다른 용도로 쓰인 경우 원청업자가 나중에 지불하는 대금은 임금으로 우선 지불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위법령을 통해 이를 강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