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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이명희는 이마트의 길이 마뜩잖다, 어떻게 정용진 단련시키는가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12-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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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세자는 총명하고 영리하며 나이가 점차 장성하여 가니 대리청정하는 일을 본받아 내 마음이 이미 정하여졌다. 한편으로는 노고를 분담하여 조양을 편하게 하는 것을 돕게 하고, 한편으로는 밝게 익혀서 치도를 통달하게 하는 것이니, 이는 종사와 생민의 복이다."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 28권, 순조 27년 2월9일 3번째 기사의 내용이다. 순조가 아들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지시하면서, 왜 이걸 시키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밝게 익혀서 치도를 통달하게 하는 것, 한마디로 앞으로 왕이 될 세자에게 미리 왕 수업을 시켜주는 것이 대리청정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서도 이런 ‘대리청정’식의 후계자 수업을 하는 곳이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 기업이 바로 신세계그룹이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일찍부터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그러니까 유통 쪽을, 딸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백화점 쪽을 각각 맡기고 ‘대리청정’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대리청정 시스템에 조금 이상이 생겼다. 이명희 회장이 직접 나서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이 선임한 이마트의 CEO들을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얼핏 왕이 대리청정하고 있던 세자의 권력을 다시 거둬들인 것과 비슷해보인다. 심지어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이명희 회장에게 인사 계획을 상신했지만, 이명희 회장이 이를 반려해버리고 새로 인사를 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직접 나서 CEO들을 전격 교체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이 회장은 전문경영인들을 믿고 맡기는 것으로 재계에서 이름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이명희 회장을 매우 아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리고 이병철 회장의 말 가운데 이명희 회장이 금과옥조처럼 삼고 있다는 말이 바로 “서류에 사인하지 마라. 누군가를 믿고 맡겼으면 그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라”라는 가르침이다.

실제로 이명희 회장은 아들과 딸에게 회사를 맡기기 전에, 본인이 직접 경영하고 있을 때에도 회사에 일 년에 한 두 차례만 방문하면서 그 때 주요 사안이나 인사 등에 대해 사후 보고를 받고, 큰 틀에서의 방향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봤다. 그만큼 한 번 선임한 전문경영인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명희 회장이 전문경영인의 40%를 물갈이해버렸다는 것은 현재 이마트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이명희 회장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이명희 회장은 아들을 좋은 경영자로 만드는 것에 굉장히 진심이었던 오너경영인이었다. 정 부회장이 배우 고현정씨와 이혼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용산에 있는 자택에서 이마트 양재점까지 매일 뛰어서 출근하라고 지시했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렇다면 정용진 부회장이 어머니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SNS같은 부차적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가장 중요한 일은 정 부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행보 가운데 가장 논란을 낳은 것이 바로 지마켓 인수다. 3조5천억 원이 넘는 큰 돈을 들였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마켓은 인수 당시에 이마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앞에서 이끌어줄 수 있는 첨병으로 평가받았다. 만약 유니버스 클럽의 재단장 등을 통해 이마트의 여러 사업을 디지털에서 하나로 묶은 좋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지마켓이 해낸다면, 정용진 부회장의 판단이 결국 틀리지 않았다는 좋은 증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명희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재무전문가 CEO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이 회장의 의중이 거기에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실적의 현재 가장 큰 약점이 수익성이니만큼, 정용진 부회장이 무리한 확장보다 이런 측면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어머니가 다시 정 부회장을 신임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유통회사, 그리고 주식회사다. 이마트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이마트의 오너일가, 이마트 직원들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투자자들, 그리고 이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밝게 익혀서 치도를 통달하게 하는 것이니, 이는 종사와 생민의 복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치도에 통달해서, 이마트 투자자와 소비자의 복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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