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회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투자라인을 어떻게 짤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과
박정림 김성현 KB증권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1월 KB금융그룹의 2023년 투자 전략을 알려주는 고객 설명회 ‘KB Investor Insights 2023’에 나란히 앉았다.
양 회장은 당시 지주 개인고객과 WM(자산관리)·연금부문을 이끄는 부회장,
박정림 사장은 지주 자본시장부문과 CIB(기업투자금융)부문 AM(자산운용)부문을 총괄하는 총괄부문장,
김성현 사장은 지주 CIB부문장,
이현승 사장은 지주 AM부문장으로 참석해 국내와 세계 주요시장의 경제전망을 주제로 투자자들에게 올해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KB금융의 개인과 기업 금융투자사업을 이끄는 4명이 총출동해 고객과 접점을 넓힌 것인데 앞으로 이들이 다시 한자리에 앉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정림 사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직무정지’라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를 받아 금융권 취업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증권과 자산운용, 기업투자 등 금융투자사업 인사 라인업 전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증권은 전날
박정림 사장에 대한 금융위의 직무정지 제재가 확정되면서 IB(기업투자)부문을 맡고 있는
김성현 사장이 박 사장의 WM부문까지 맡아 직무대행 체제로 이끌기로 했다.
KB증권은 2017년 1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쳐져 출범한 이후 지속해서 개인과 기업투자사업을 나눠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박정림 사장의 부재로 KB증권뿐 아니라 KB금융의 금융투자사업 전반이 큰 인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윤종규시대 KB금융의 금융투자사업을 이끈 인사로 평가된다.
▲ (왼쪽부터) 2023년 1월 당시 KB금융지주 양종희 부회장과 박정림 사장, 김성현 사장, 이현승 사장이 'KB Investor Insights 2023'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경제전망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KB증권 유튜브 화면 > |
박 사장은 윤종규 회장 임기 초반 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등에서 잠깐 일했을뿐 최근 10년 간 대부분 지주 금융투자사업을 키우는 데 힘써왔다.
박 사장은 2017년 1월 지주 WM총괄을 맡은 뒤 2018년 말 인사에서 자본시장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에 선임됐고 2021년 말 인사에서는 자본시장부문뿐 아니라 CIB부문을 함께 이끄는 지주 총괄부문장에 올랐다.
2022년 말 인사에서는 새롭게 생긴 AM부문이 총괄부문 아래 배치되며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시절 전체 사업을 4개의 영역으로 나눠 3부회장 1총괄체제를 도입했는데 부회장 3명의 역할이 매년 바뀌었던 것과 달리 박 사장은 지속해서 자본시장 한 분야만 맡았다.
각자의 사업분야를 오랫동안 이끈 것은
김성현 사장과
이현승 사장도 마찬가지다.
김성현 사장은 2019년 1월 박 사장과 함께 KB증권 대표에 오른 뒤 2020년부터는 지주 CIB부문장을 겸임했다. KB증권 대표만 5년, 지주 CIB부문장을 맡은 지도 벌써 4년째다.
이현승 사장은 2018년 1월부터 KB자산운용을 이끌었다. 6년을 꽉 채워 한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장수 CEO인데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새로 생긴 지주 AM부문장을 맡으며 그룹 내 위상을 더욱 높였다.
KB금융은 현재 11개 주요 계열사 가운데 9곳의 대표 임기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끝난다.
KB금융은
양종희시대가 새로 출범한 만큼 기존 CEO 가운데 누구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는데 금융권에서는 대표 재임 기간이 긴 만큼
김성현 사장과
이현승 사장의 교체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바라봤다.
하지만
박정림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불가피하게 물러나게 된 만큼 그룹 금융투자사업 전반의 안정감을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김성현 사장과
이현승 사장의 중용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 박정림 KB금융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
동시에 금융투자분야에서 새로운 인사들이 떠오를 가능성도 나온다.
KB증권 출신인 서영호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서 부사장은 증권사 연구원 출신으로 2022년 1월 지주 CFO에 올랐다. KB금융에서 비은행 계열사 출신 인사가 지주 CFO를 맡은 것은 서 부사장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서 부사장은 신영증권, 대우증권, JP모건증권 등을 거친 외부인사로 2017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KB금융에 합류한 지 5년도 채 안 돼 지주 CFO 자리를 꿰찼다.
KB금융은 전통적으로 지주 CFO를 거친 재무라인을 중용하는 흐름을 보인다. 2017년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후 지주 CFO를 지낸 이들(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모두 은행이 아닌 주요 계열사 대표로 이동했다.
지주 부문장 아래에서 각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재영 WM·연금총괄 부사장, 하정 자본시장총괄 부사장, 강순배 CIB총괄 부사장도 눈여겨 볼 이들로 꼽힌다.
이들 3명은 모두 현재 지주 총괄을 맡는 동시에 KB국민은행 부행장과 KB증권 부사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주 업무 외에 최재영 부사장은 국민은행 WM고객그룹 부행장과 KB증권 WM부문장 및 KB손해보험 WM·연금부문장, 하정 부사장은 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부행장과 KB증권 S&T(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 강순배 부사장은 국민은행 CIB고객그룹 부사장과 KB증권 IB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박정림 사장도 과거 지주 WM총괄 부사장 시절 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과 KB증권 WM부문 부사장을 겸직하다 지주 자본시장부문장 겸 KB증권 대표에 올랐다.
양 회장은 9월 회장 최종후보자로 뽑힌 뒤 주요 계열사 경영진 면담을 모두 마친 뒤 현재 연말 인사 방향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회장 내정 이후 진행한 약식 기자간담회에서는 계열사 대표 인사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다만 ‘적극적 인사 발굴’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교체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 회장은 당시 “계열사 사장 선임은 이사회와 협의하게 돼 있는 만큼 이상적 시기에 시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계열사의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는지 임직원의 헌신적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등 리더십 측면에서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