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1-23 11: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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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냉전 상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영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어 중국과 관계 개선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오른쪽)가 11월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영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안보·국방, 과학·기술, 번영, 교역·에너지안보 분야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함에 따라 두 국가, 경제 및 국민 사이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여러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 방안이 담긴 다우닝가 합의을 체결했다. 합의 내용에는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외교 국방 2+2 장관급 회의 △국방 협력 양해각서 △추가 군사 합동 훈련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한-영 공동 순찰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 등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사이버 영역에서 두 국가의 활기차고 현대적인 관계의 잠재력을 더욱 심화하며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정보공유와 기술표준 개발, 국제법과 규범, 핵심국가기반시설 보호, 그리고 사이버와 핵심기술의 개발・배치 등을 포함한 영역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다우닝가 합의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로 한국은 파이브 아이즈, 오커스(AUKUS)와 비견될 정도의 국제적 협력망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다섯 국가가 참여한 정보기관 공동체를 뜻한다. 오커스는 2021년 9월15일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결성한 3자 군사안보동맹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력문서 체결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의 사이버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호주 등 여타 우방국들과의 협력 추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파이브 아이즈나 오커스에 가입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 뉴시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존 파이브아이즈나 오커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한국이 새로운 회원국으로 어떤 가시적인 제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은 인위적인 목표”라며 선을 그었다.
영국과 안보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이번 다우닝가 합의에서 직접적으로 대만해협 문제가 거론된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과 함께 대만해협 문제를 언급하며 ‘해당 지역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불가결임을 확인’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미국 등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을 겨냥하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과 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 20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언급한 내용이 담긴 것에 공식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고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수 없다”며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니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다른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그리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의 규칙 기반 해양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평화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도 대한민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냔 우려를 증폭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컸으나 두 정상의 만남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장에서 3분간 짧은 대화를 나누는 데에 그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의 짧은 만남이 성사된 뒤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 일정이 빡빡한 관계로 떠나기 전까지 이뤄질지 장담은 못하지만 (한중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으나 결국 두 정상의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어 대조적 모습을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APEC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미중 고위급 군사 대화 재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규제, 인공지능(AI) 분야 대화 등에 합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날짜는 잡히지 않았지만 그들은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또한 16일(현지시각)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 주석과 만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국의 수산물 금수 조치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약 65분 동안 대국적인 관점에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다양한 협력 가능성과 과제, 현안이 있는 가운데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5년을 맞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이란 큰 방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