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11-22 16: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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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잠 못이루는 밤.’ 코로나 팬데믹과 궤를 같이한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자산 버블’에 뒤늦게 탑승한 2030세대의 현재다. 주식,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재테크에서 MZ세대들은 사실상 낙오했다. 청년을 겨냥한 정책금융도 용두사미가 되는 모양새다. ‘5포세대, 망포세대’라는 자조적 푸념마저 나온다. 하지만 자본시장 참여자로서 본능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산증식 유전자를 잉태시키고 있다. IT(정보기술)에 익숙한 MZ세대들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작지만 새로운 투자스타일을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 MZ세대의 돈 불리는 습관을 연재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로 투자스타일 상전벽해, 기존 틀 깨며 새 시장 키운다
② MZ에게 STO는 미래 아닌 현재, 미술품부터 부동산 한우까지 조각내 사고판다
③ ‘나이키 덕후가 재테크 왕으로’ MZ 열광하는 리셀테크, ‘당근’도 투자다
④ 전통 금융사도 MZ 모시기 전쟁, 이색 마케팅 늘린다
⑤ 금융사 혜택 따라 움직이는 MZ, 뭐가 더 이득일까 꼼꼼히 따진다
⑥ MZ세대는 어떤 MTS를 즐겨 쓸까, 차별화 포인트는 편의성 직관성
⑦ [체험기] 앱테크 5개 일주일 돌려봤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 MZ세대는 전통적 방식을 거부하며 새로운 투자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신한투자증권이 6월 MZ세대를 위해 서울 강남역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핑계고' 전경. 신한투자증권은 MZ세대의 자산관리와 브랜드 가치 체험공간으로 핑계고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한투자증권>
[비즈니스포스트] #1. 30대 직장인 A씨는 매일 같이 디지털 폐지를 줍는다. 디지털 폐지줍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폐지를 모아 돈을 벌 듯 각종 앱을 통해 조금씩 돈을 모으는 활동을 말한다.
금융앱에 접속해 만보걷기, 광고시청, 퀴즈풀기, 친구와 동시접속 등 각종 이벤트에 참여할 때 주는 1원에서 몇 백 원 정도의 돈을 꾸준히 모으는 것인데 A씨는 이를 통해 앱 하나에서 한 달에 어림잡아 3천 원 정도를 번다.
이런 앱을 하루에 3~4개 돌려 한 달에 얻는 수익은 대략 1만 원가량, A씨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도 주요한 투자라고 보고 오늘도 열심히 디지털 폐지를 줍는다.
#2. 20대 2년차 직장인 B씨는 미국 나스닥지수 움직임의 3배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인 TQQQ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움직임의 3배를 따르는 ETF SOXL에 투자한다.
이 두 상품에 투자한 지도 벌써 1년, 중간에 잠시 다른 상품에 한눈 판 적도 있지만 2배 상품도 시시하게 만들어버리는 다이내믹한 변동성에 계속 다시 3배 상품으로 돌아왔다.
두 상품 모두 11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B씨 계좌는 아직도 마이너스다. 한 때 수익을 거둔 돈들도 모두 결국 다시 투자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티다 보면 언젠가 큰 수익을 안겨 줄 거라는 기대감에 B씨는 오늘도 3배 레버리지 투자를 이어간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개별성향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상 20~30대 젊은이들의 투자는 한두 가지로 정형화할 수 없는 지극히 개별적 형태로 나타난다.
A씨와 B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하루에 몇 십 원을 벌면서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즐거운 놀이이자 자신만의 투자라고 여기고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부지런히 앱에 접속한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젊을 때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기존 주식보다 큰 위험성을 안은 3배 레버리지 상품과 같은 과감한 투자에 도전한다.
누군가는 가상화폐나 3배 레버리지와 같은 변동성 높은 상품에 투자하면서도 디지털 폐지를 열심히 주우며 양쪽의 투자 스타일을 모두 보여주기도 한다.
MZ세대는 이처럼 개별성향에 따른 투자를 중시한다.
동시에 소유보다 공유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자신이 원하는 데 기꺼이 소비하는 특성도 지니는데 이 역시 MZ세대의 투자방식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들은 이미 조각투자를 통해 부동산, 슈퍼카,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목돈이 필요하거나 직접 소유하기 힘든 분야에 적은 돈을 투자해 토큰증권(STO)시장의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명품 같은 비싼 물건을 과감히 구입한 뒤 한두 번 쓰고 되팔아 명품 리세일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반드시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판단되면 매장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오랜 시간 기다리는 ‘오픈 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품이 소유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고 이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갖춰지면서 MZ세대의 투자 대상이 예금과 적금, 주식, 채권 등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크게 넓어진 것이다.
MZ세대 투자문화는 여러 방식이 공존해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래도 하나의 주요 공통점을 꼽으라면 기성세대보다 투자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핀테크에 친숙한 디지털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폐지줍기든 미국 3배 레버리지 ETF 투자든 결국 디지털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젊은 세대의 투자 확대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잘파세대 금융인식 및 거래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잘파세대 10명 중 8명은 앱테크(앱+재테크)로 용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말로 MZ세대보다 어린 10·20대를 뜻한다.
MZ세대가 가상화폐,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갑작스럽게 큰돈을 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는 점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전통적 금융사도 MZ세대와 소통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9월 서울 중구 본점 직원 식당에서 MZ세대 행원 11명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 <우리은행>
젊었을 때 과감한 투자로 큰돈을 모으지 못하면 평생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MZ세대의 투자 확대를 압박한다는 것인데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의 영향력도 이런 흐름에 한몫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튜브 등 각종 SNS를 보면 이런저런 투자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며 새로운 투자기법을 소개하는 채널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호기심에 한번 이들의 투자방식이나 기법에 발을 들여 놓으면 재미를 보고 재투자를 하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계속 늘리듯 투자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투자를 향한 MZ세대의 수요가 새로운 시장 창출로 확인되는 만큼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전통적 금융사도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MZ세대를 직접 겨냥하는 각종 이벤트를 내놓는 것뿐 아니라 젊은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로고나 엠블럼 교체, 홈페이지나 앱의 직관성을 강화하는 리뉴얼 작업 등도 결국 MZ세대를 유혹하기 위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MZ세대 특성 중 하나는 자신이 직접 분석하고 상품을 고른다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상품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MZ세대는 기본적으로 범위가 너무 넓고 ‘체리피커’ 성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이끌기 위한 마케팅 고민 지점은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각 업권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며 “각 업권별로 MZ세대를 세분화해 각 타깃층에 맞는 전략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