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11-22 14: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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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4개월여 만에 열렸지만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은 총선을 앞두고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제3정당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국회에서 11월21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만큼 선거제 논의 대응 방향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라는 당내 요구와 여당과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함께 짊어진 상태라 선거제 개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가운데) 우리 당이 사실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며 “각 제도의 장·단점이 있어 내부적으로 전문과들과 함께 깊은 토론과 숙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국회 정개특위 법안2소위는 여야가 비례대표 선출 방식, 위성정당 방지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다 회의가 끝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역구 선거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현재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룬 걸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이다. 여야는 비례대표에 배분된 47석을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병립형’과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을 비교해 득표율에 근접한 의석수를 갖게 하는 ‘준연동형’을 두고 이견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현재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과거처럼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제도를 존치하면서 부작용으로 지목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을 따로 만드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7일 이른바 ‘위성정당 방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의원 선거 종료일 이후 2년 안에 지역구 당선인 수가 비례대표보다 많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가 지역구 당선인 수보다 많은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하면 해당 정당에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논의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점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찬성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21일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할 게 아니라 (위성정당을) 창당할 필요도 없는 선거제도를 채택해야한다”며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한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만일 여야가 선거제 개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되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수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논의 상황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자연스레 위성정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법이 통과되지 않은 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해질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데다 당내에서도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 비례대표에 배분된 47석을 바라만 봐야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19명, 17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시켰다.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민주당이 10석이 넘는 의석을 포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지다. 민주당 일각에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에 합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행 선거법이 그대로 적용되면 또다시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거론되는 안 가운데 하나가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타협을 할 수 있는 안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위성정당 방지법이 통과돼도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을 막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법률적으로 위성정당을 규정하더라도 이를 회피해 창당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이 통과하더라도 위성정당을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위성정당 방지 법안을 발의한 이탄희 의원을 향해 “자기가 잘났다고 너무 앞서가면 국민들한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적을 이탄희 의원도, 다른 사람들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다른 법안들과 달리 국회의원을 뽑는 ‘룰’인 선거제도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을 때 감당해야 할 여론의 역풍도 민주당에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는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병립형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이 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병립형’으로 합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들은 물론 당 내부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사진 왼쪽부터) 이탄희, 김한규, 민형배, 이용빈, 윤준병, 이학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53명은 전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날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문제를 두고 민주당은 국민과 약속을 지킬 것인지, 국힘과 야합해 기득권을 지킬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며 “정치개혁과 연합정치에 앞장섰던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병립형 회귀는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민주당이 만든 선거제도를 민주당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병립형 회귀 주장은 정치개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국민의힘에 끌려가지 말고 현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를 것을 당론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