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2023 국제OTT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티빙 최주희 대표이사가 일본 OTT 성공모델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OTT 플랫폼 유넥스트는 일본에서 구독료가 가장 비싸지만 넷플릭스에 이어 구독자 수 2위에 올라있다. 일본 자국 OTT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12월1일 구독료 인상을 앞두고 있는 티빙에게 유넥스트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2023 국제OTT포럼’이 열렸다.
최 대표는 텐신 츠츠미 유넥스트 대표이사의 발표 때 종이에 무엇인가를 연신 적었다. 텐신 츠츠미 대표가 유넥스트 사업모델과 구독료 등을 설명할 때였다.
유넥스트 구독료는 일본에서 가장 비싸다. 한 달에 2189엔(약 1만9천 원)이다.
그럼에도 월간활성이용자수(MAU)와 사용시간에서 넷플릭스를 앞선다고 텐신 츠츠미 대표는 설명했다.
비싼 구독료에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서비스를 결합한 데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달 구독료 2189엔을 내면 구독자에게는 1200포인트가 지급된다. 구독자들은 이 포인트로 영화 티켓을 사거나 개별결제 콘텐츠, 인터넷 출판물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사업모델은 티빙도 충분히 도입 가능한 것들이다.
티빙은 CJENM이 운영하고 있다. CJCGV와의 협업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넥스트처럼 포인트를 구독자들에게 지급해 CGV 영화 티켓을 구매하거나 티빙 개별결제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쓰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CJCGV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토종 OTT들과 비교할 때 티빙이 가진 커다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 CJCGV를 활용하는 것은 24일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통해 시작된다.
운수 오진 날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처음 공개됐다. 최 대표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수 오진 날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티빙은 17일부터 18일까지 CGV에서 운수 오진 날 1화와 2화를 먼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유넥스트는 영화와 드라마만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유넥스트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영화, 드라마 뿐만 아니라 만화책이나 소설을 볼 수도 있고 음악 스트리밍까지 가능하다.
CJENM은 ‘웨이크원’이라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 걸그룹 ‘케플러’, ‘다비치’, ‘로이킴’ 등이 웨이크원 소속이다.
▲ 텐신 츠츠미 유넥스트 대표이사가 ‘2023 국제OTT포럼’에서성공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티빙과 음악 서비스를 결합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텐신 츠츠미 대표는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유넥스트의 주요 콘텐츠로 꼽았다.
이 서비스는 티빙도 진행할 것으로 예정됐다.
최 대표는 국제OTT포럼 기조연설에서 올해 12월 ‘스트릿우먼파이터2:월드와이드로그’ 전국투어 콘서트를 티빙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에게 유넥스트 사업모델이 매력적일 것으로 읽히는 이유는 유넥스트가 일본 토종 OTT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티빙은 최근 영업손실이 커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61억 원,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올해 6월부터 티빙을 이끌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받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이다.
최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티빙이 나아갈 방향으로 소개했다. 이어진 텐신 츠츠미 대표의 발표는 최 대표가 가리킨 곳이 올바른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 대표는 “사업 다각화와 광고요금제를 통해 콘텐츠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수익 창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OTT가 광고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광고 시장의 큰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상생’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그는 “콘텐츠산업은 플랫폼과 제작사, 창작자가 서로 상생함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의 역할은 수많은 창작물의 결과를 세상에 내놓는 창구로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창작자에게 전달해 고객과 창작자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 부처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뛰어난 창작물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허무해지지 않도록 불법스트리밍을 근절해 달라는 것이다.
최 대표는 끝으로 정부 관계자, 파트너들과 지속적인 상생을 통해 K-콘텐츠와 플랫폼이 글로벌 흥행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