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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나경수 ‘화학 르네상스’ 도전,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재활용단지 세운다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11-15 17: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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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800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나경수</a> ‘화학 르네상스’ 도전,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재활용단지 세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소개하고 있다. < SK지오센트릭 >
[비즈니스포스트]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통해 환경에 기여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화학산업의 재생, ‘화학 르네상스’의 꿈을 현실화 하기 시작했다.

울산ARC 기공식을 하루 앞두고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 사장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환경 위험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의 쓰임을 다시 해석하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던 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그려가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나 사장과 함께 글로벌 협력사들의 경영자들인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인더스트리 CEO, 더스틴 올슨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CEO,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 부사장 등이 참석해 울산 ARC의 목표를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 울산ARC는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 복합단지 SK울산콤플랙스(CLX)에 지어지는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ARC에서는 매년 32만 톤 규모의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북태평양에 위치한 일명 ‘쓰레기섬에 있는 폐플라스틱이 8만 톤가량인 것로 추정되므로, 울산ARC는 이 쓰레기섬 규모의 플라스틱을 3개월 안에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나 사장은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말했던 ‘서든데스(돌연사)'에 빗대 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짚고 이에 발맞춘 SK지오센트릭의 변화 흐름을 설명했다.

나 사장은 “한국의 화학산업은 이미 서든데스에 직면해 있다”며 “수년 동안 기존 범용 화학 시장은 중국 공장 증설 등으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서든데스를 대비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며 “이에 50년 석유화학의 역사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정 가동중단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 최초의 화학공장인 나프타분해설비를 1972년부터 가동했는데 2020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 설비의 가동을 멈췄다.

나 사장은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데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며 “변화를 적용하기 위해 (2021년)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SK지오센트릭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8월 지구와 토양을 뜻하는 지오(Geo)와 중심을 뜻하는 센트릭(Centric)을 회사이름에 담으며 '지구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SK지오센트릭은 그 혁신의 중심에 플라스틱 재활용을 삼고 있다. 나 사장이 르네상스를 그리겠다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르네상스는 재생, 부흥(부활)의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의 미래는 화학산업을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며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플라스틱 원료를 반세기 만들어 온 기업의 책무가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자르고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이 아니라 오염이 심해 소각이나 폐기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을 다시 살려내는 화학적 재활용에 주목했다. 해중합 기술,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기술, 열분해 기술을 3대 화학적 재활용으로 꼽고 이런 고도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선진화한 재활용 기술이 필요했고 루프인더스트리,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 플라스틱에너지 등 글로벌 파트너 3사와 협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를 지난 50여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울산의 엔지니어링 노하우와 접목해 규모의 경제 및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파트너 3사의 주요 경영진은 각자의 기술을 직접 설명하며 울산ARC를 통한 SK지오센트릭과의 협력을 통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는 나스닥 상장사로 오염된 페트(PET)병과 폴리에스테르 섬유 등 폐페트의 기본 구성요소를 분해하는 해중합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루프인더스트리의 솔로미타 CEO는 “루프인더스트리는 저온의 열로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인 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DMT)와 모노에틸렌글리콜(MEG)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를 재활용한다”며 “한국에서는 에비앙 생수병에 루프인더스트리의 재활용 원료가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나다 퀘벡에서 재활용 시설을 3년 동안 운영하며 기술 이해도를 향상했고 고객사의 ‘니즈(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했다”며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최적의 파트너인 SK지오센트릭과의 울산ARC에서 루프인더스트리의 경쟁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는 나스닥 상장사로 포장용기, 차량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종류인 PP 재활용 분야에 특화한 선도 기업이다.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의 올슨 CEO는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는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오염물질, 색, 냄새 등 잔여물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초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오하이오주에 첫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지아주에도 2번째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은 선도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의 기술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고 SK지오센트릭은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로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을 가열해 인공 원유(열분해유)로 되돌리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열분해 공장은 플라스틱에서 다시 원유를 뽑아낼 수 있어 ‘도시 유전’이라고도 불린다.

플라스틱에너지의 스테이튼 부사장은 “플라스틱을 300~8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열분해유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2016년부터 스페인에서 두 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등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튼 부사장은 “현재 매립, 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 미국 등 뿐만 아니라 SK지오센트릭과 협력을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의 순환경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울산ARC 가동을 통한 실적 목표와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나 사장은 “울산ARC는 가동 뒤 매출 7천억 원, 영업이익 2천억 원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생산 예정 물량의 30%가량이 선판매 협의 단계에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판매 물량은 100%로는 채우지 않고 70~80%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13조9169억 원, 영업이익은 879억 원이다.

이어 “이미 프랑스에서 루프인더스트리와 함께 현지 환경기업인 수에즈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프랑스 지방정부의 지원도 약속받았다”며 “다른 파트너사와도 손잡고 해외 시장도 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사장은 마지막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쉽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SK지오센트릭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나 사장은 1964년생으로 상문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의 인사부에 입사했다. 1992년 마케팅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 비즈이노베이션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낸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나 사장은 2013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 5년 만인 2018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까지 2번째 대표이사 임기를 지내고 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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