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은행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퇴직연금을 비롯한 자산관리가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퇴직연금을 둔 은행 각축전은 연말에 더 치열해지는 만큼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자산관리 강화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 규모를 3분기 크게 늘리며 순위표를 새로 썼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농협은행 퇴직연금 디폴트옵션(DC, IRP) 적립금 규모는 9월 말 기준 6951억 원으로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가운데 3위로 올라섰다.
6월 말만 하더라도 1202억 원으로 하나은행에 이어 4위였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이 2분기 대비 3분기 급성장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농협은행의 성장이 돋보였던 셈이다.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전체 적립금 규모는 5조1095억 원으로 6월 말(1조1018억)의 4.6배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농협은행이 그동안 퇴직연금 역량 강화에 힘을 준 것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농협은행은 퇴직연금 역량 강화를 위해 힘을 쓰고 있는데 3일에는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간 라이브방송 퀴즈쇼 ‘제1회 퇴.연.숨.고.(퇴직 연금 숨은 고수)를 찾아라!’를 열기도 했다.
▲ 2분기에서 3분기로 가면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은 급성장했다. 자료는 고용노동부 발표내용 갈무리. |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당시 “노령화 시대에 퇴직연금 사업은 은퇴 후 국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퇴직연금을 이끌어가는 리더인 숨은 고수들을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대비 우월한 점포수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디지털전환이 대세가 되면서 많은 은행업무가 온라인으로 이뤄지지만 퇴직연금은 거래기업과 관계 등 네트워킹 및 대면 영업력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산관리 및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전행적 관심과 지원, 전국 영업점 및 영업본부와 본부를 연결하는 유기적 지원체계를 통한 디폴트옵션 도입 및 정착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석용 행장은 자산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비이자이익 증대가 은행권의 주요 화두였던만큼 취임 초부터 신경을 썼다.
그는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자산관리(WM) 및 퇴직연금 등의 사업을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 앞선 회사와의 격차를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농협은행 영업력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은 주요 시중은행 지점의 핵심성과지표(KPI) 가운데 하나여서 유치전도 치열해지는데다 통상적으로 분기말, 특히나 연말에 금융사 사이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5위로 처졌던 우리은행의 조직 개편을 필두로 5대 은행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10월 연금전문가를 주요 금융센터에 배치해 퇴직연금 서비스 역량 강화를 노리기도 했다.
농협은행 관점에서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안정성을 무기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던 은행권의 점유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적립금 규모 기준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9월 말 기준 86.1%였다. 이는 6월 말의 90%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사업자가 진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