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 울산 북구에 위치한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 |
[ 울산 = 비즈니스포스트 허원석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건설의 첫삽을 뜨며 2030년 전기차 판매 톱3 달성을 향한 여정을 본격화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울산공장을 건설하며 세계 최고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정 회장은 단일공장 세계 최대규모인 울산공장 안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지어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로의 본격 도약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13일 울산 북구에 위치한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복원한
정주영 선대회장의 메시지가 울려퍼지며 시작됐다.
정 선대회장은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라며 "이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 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런 정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과 임직원들의 노력을 밑거름으로 전동화시대에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2030년까지 국내에서 25조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전기차 산업 고도화 등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2030년 국내에서 전기차 151만 대를 생산해 92만 대를 수출하겠다는 것이 정 회장의 구상이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목표는 364만 대로 잡고 있는데 국내에서 절반가량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울산공장이 있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으로 54만8천㎡(약 16.6만 평) 부지에 연산 20만 대 규모로 들어선다.
이는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약 7만 대의 3배 가까운 생산능력이다.
약 2조 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 2026년 1분기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의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지금까지 현대차 혁신의 산실이었던 종합 주행시험장 부지에 들어선다.
종합 주행시험장은 현대차가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던 1980년대에 전세계의 다양한 지형과 혹독한 기후를 견딜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시설로 활용됐다.
또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연구가 일찌감치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1991년 현대차의 최초의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Y2) EV'가 개발됐고 이듬해 첫 무인 자동차가 주행시험장 내 험로인 '벨지안로'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현대차 미래차 연구에 씨앗을 뿌린 종합 주행시험장은 2021년 아이오닉5, 지난해 아이오닉6 출시에 기여했고 현재 전기차 전용공장 건립의 바탕이 됐다.
정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울산공장이 축적한 생산 기술은 아산, 전주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등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고 현대차는 빠르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경기 화성시 오토랜드 화성에서 기아가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약 3만 평 부지에 1조 원을 투입해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연산 최대 15만 대 규모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하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만 35만 대의 전기차 생산 기지를 추가로 보유하게 된다.
또 미국에서는 내년 하반기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HMGMA)이 완공된다.
▲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 현장. <비즈니스포스트> |
이날 정 회장은 정 선대회장의 철학을 이어 울산공장을 글로벌 전기차 생산의 허브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모빌리티를 통해 자유로운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인류의 조화로운 공존을 실현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첫 관문은 전동화인데 이 곳 울산의 EV 전용공장은 전동화 시대 모빌리티 생산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 회장은 "이 미래 모빌리티 영역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서도 "지난 50년간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면서 배운 것을 서로 나누며 함께 큰 꿈을 이뤄간 선배님들과 같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사람의 힘은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행사 무대에 올라 울산공장 발전에 기여한 역대 울산공장장과 엔진 등 핵심 부품 엔지니어 및 기술기사 등을 호명하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취임 3주년을 맞은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에 올려놨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까지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다 2010엔년 자동차사업 진출 초기 조립 물량을 주던 미국의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그 뒤 2020년 잠깐 4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줄곧 5위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였으나 개화기를 거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글로벌 판매 톱3'를 달성했다.
내연기관차 시대 끝자락에서 할아버지인 정 선대회장의 꿈을 한걸음씩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초기 단계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내놓은 전용전기차 모델들은 상품성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아이오닉6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2023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됐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6로 세계 올해의 자동차 상을 2연패했다.
기아 EV6는 올 1월 '2023 북미 올해의 차(NACTOY)' 시상식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 부문 '북미 올해의 차'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를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모두 휩쓸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울산공장을 기반으로 이룬 지난 반세기의 성공을 딛고 전기차 선도업체로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울산 EV 전용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다른 시작"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조감도. <현대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