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2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최대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빗썸코리아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이사회에 다시 들어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빗썸에 따르면 빗썸코리아의 기업공개를 본격 추진할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 시기는 2025년 하반기로 정했다. 삼성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삼았다.
▲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기업공개에 재도전하고 있다. <빗썸> |
빗썸은 이 전 의장의 이사회 등재와 함께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이사가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이상준 대표는 앞서 9월 사업가 강종현씨에게 가상화폐 상장 청탁 대가로 현금 30억 원과 4억 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빗썸홀딩스 대표가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그 자리는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이사가 들어왔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구성원 변동을 두고 이정훈 전 의장이 빗썸코리아의 기업공개를 겨냥해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지배력이 유지되더라도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가 확실히 해소되지 않으면 빗썸코리아 기업공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전 의장은 빗썸코리아의 최대 지분을 가진 SG브레인테크놀러지의 지분 49.99%를 들고 있다. 빗썸코리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
이 전 의장은 앞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코인 상장 사기를 한 혐의를 받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었다.
이 전 의장은 김 회장과 2018년 10월 빗썸을 4억 달러(약 5100억 원)에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계약금에 해당하는 1억 달러(약 1273억 원)를 받은 뒤 가상화폐인 BXA를 상장한 뒤 판매해 나머지 3억 달러 마련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이뤄지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에 1억 달러 반환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2021년 7월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기소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BXA를 상장해 인수자금 확보를 돕겠다고 한 것을 사기라고 봤다.
이 전 의장은 올해 1월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았다. 이 전 의장과 빗썸은 모든 사법리스크가 해제된 것으로 기대했다.
▲ 빗썸이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정훈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 해소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은 빗썸 거래소 앞. <연합뉴스> |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하며 11월16일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다.
빗썸이 2020년 추진했던 빗썸코리아 기업공개에 실패했던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인 사법리스크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빗썸은 2024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과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도래하면 가상화폐투자 붐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앞두고 실적 개선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수수료 0% 정책을 시행하는 등 고객 확대에 나섰다.
올해 매출 대부분을 포기하더라도 가상화폐 투자 봄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는 2024년을 목표로 고객 수를 확보해 실적 개선의 바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구체적 성과를 낸다면 2025년을 목표시점으로 잡은 기업공개에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상화폐업계 일각에서는 빗썸이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유의미하게 확보하지 못하거나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빗썸 기업공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빗썸은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당시 시장점유율이 약 75%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2020년부터 빗썸과 대등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오히려 빗썸을 앞질러 1위 가상화폐 거래소가 됐다. 최근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은 약 8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이 업비트에 밀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 전 의장의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2022년 11월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 파산과 올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사업 위축 등 경영진의 사법리스크가 거래소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은 가상화폐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빗썸 불신이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빗썸은 수수료 0% 정책을 발표하며 정책 이전보다 252.86% 거래량 증가를 나타냈다. 그러나 업비트는 같은 기간 406.15%나 거래량이 늘어 차이를 더 벌리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