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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플로리다대 허용구 “워터리스크 대비, ‘디지털워터’ 투자와 물 저축”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11-10 17: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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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플로리다대 허용구 “워터리스크 대비, ‘디지털워터’ 투자와 물 저축”
▲ 부산에서 10월23일부터 사흘간 열린 국제 논물환경공학회에 참석한 허용구 미국 플로리다대학 열대 연구 및 교육 센터 교수.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파트가 무너져 98명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 있다. 이 지역 앞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해수면 온도를 기록했다.

수년째 ‘공화당 텃밭’이지만 동시에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최초의 공화당 주’라는 평가를 받는 곳, 미국 플로리다주 이야기다.

미국에선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강도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플로리다 주민들은 90%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인정한다. 미국 전체 평균(74%)보다도 높은 수치다.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가 물이 부족해 문제인 지역이라면 플로리다는 물이 많아 문제인 지역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수면 상승이죠.”

미국 플로리다대학(University of Florida) 열대 연구 및 교육 센터의 허용구 교수는 “(플로리리다에서) 실제로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제공하는 해수면 추세 정보를 보면 플로리다 해변은 서부나 동북부 다른 해변보다 상승세가 높다. 그간 매년 최소 2.57mm, 최대 6.25mm 높아졌다. 21세기말까지 최대 62.5cm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면 상승 위험이 높은 플로리다에서 허 교수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농업과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관리자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시뮬레이션 도구를 개발한다.

또 새로운 과학지식과 해법을 플로리다 농민, 공무원 등 일반 거주민들에게 전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도록 돕고 있다.  지역사회 지원활동(Outreach)이라 불리는 이 업무는 미국 농무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한다.

허 교수는 서울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후 버지니아공대에서 생물 시스템 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수문학자 겸 농업공학자다. 

허 교수가 기후변화 최전선의 미국 지역에서 건너가 개발한 기후변화 적응, 워터리스크 해법은 무엇일까. 미국 정부는 왜 교수들의 ‘지역사회 지원활’ 업무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을까.

부산에서 10월23일부터 사흘간 열렸던 국제 논물환경공학회(PAWEES, International Society of Paddy and Water Envionment Engineering)에서 만난 허 교수를 8일과 9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허 교수는 기후변화로 높아지는 워터리스크(Water risk)에 대비하려면 ‘디지털워터(Digital Water)’에 투자하고 물 저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터리스크는 물이 부족해도, 많아져도 높아진다.

“물이 부족하든 많든,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물의 움직임을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여러 의사결정과정에 얼마나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많이 충분하게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인터뷰] 플로리다대 허용구 “워터리스크 대비, ‘디지털워터’ 투자와 물 저축”
▲  미국 해안의 상대적 해수면 추세. 동부 플로리아 해변 주변으로 많이 보이는 노란색 화살표는 연간 3~6mm의 해수면 상승을 보인 지역이다. 주황색은 연 평균 6~9mm, 빨간색은 9m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한 곳이다.<미국 해양대기청>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물 정보화’다. 허 교수는 물 관련 정보 인프라, 거기서 정보화된 물을 ‘디지털워터’라고 불렀다.

그가 말하는 ‘물 관련 정보’에는 지상과 해상의 물 순환과 관련된 원격 측정(Remote sensing) 등 각종 관측자료부터 저수지·댐 같은 구조물과 하구둑·하천·지하수 등 수체에 대한 모니터링자료가 포함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전통적인 기계론적 모델링이나 최신 머싱러닝 기법으로 분석해서 당면한 수자원 관련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계획을 세워 투입 대비 최대의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물 관련 정보인프라”가 허 교수가 정의하는 ‘디지털워터’다.

“물이 디지털화되어 손 안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기존의 여러 기법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로 물 순환을 분석해 유의미한 새로운 정보와 통찰을 신속하게, 적시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물 순환을 건전화하고 수자원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물 순환은 ‘건전화’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기온 상승은 가뭄, 폭우, 폭풍 등 물 순환과 관련해 극단적 기상현상의 강도와 빈도를 높인다.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잖아요? 이것이 차가워지면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스톰 이벤트(Storm Event, 폭우)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는 거죠.”

플로리다가 바로 그 일을 겪고 있다.

플로리다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허리케인이 상륙해 2명이 목숨을 잃고 26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지붕과 벽이 통째로 날아가고 물이 지붕까지 차오른 해변 주택들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온난화로 지구에서 가장 뜨거워진 바다도 플로리다 앞에 있다. 7월25일 오후 6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남쪽 매너티 베이에선 수온이 섭씨 38.4도로 올랐다. 사람 체온보다 높은 온도였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민들이 해수 온도 상승보다 더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는 변화는 해수면 상승이다. 생명과 생계 기반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일어난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아파트 붕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아파트는 1990년대부터 지반이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대비하지 않았고, 결국 일부가 붕괴되며 9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 당시 붕괴 원인으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지반 침하와 철근 부식이 꼽혔으나 최종 공식 조사결과 건물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붕괴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고는 전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해수면 상승 리스크의 상징적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이 아파트가 있던 마이애미데이드와 팜비치, 브라워드, 몬로 등 4개 카운티 모두 해수면 상승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팜비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한국의 국립해양조사원은 지난 3월 한국 주변 해역의 해수면이 2100년까지 최소 47cm, 최대 82cm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인터뷰] 플로리다대 허용구 “워터리스크 대비, ‘디지털워터’ 투자와 물 저축”
▲ 2021년 6월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붕괴 현장. <연합뉴스>

비가 여름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는 한국 기후와 관련, 허 교수는 ‘물 저축’을 제안했다. 물 저축이란 농업지역에 위치하는 저수지나 도시 지역의 저류지 등 각종 저장에 물을 담아두는 것뿐 아니라 투수면 즉 비가 스며드는 땅을 늘려 지하수를 채워 넣는 것을 뜻한다.

허 교수는 "집중호우가 빈번한 한국 기후에서 물 저축은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비가 많이 와서 물의 양이 필요한도를 초과하거나 배수를 위한 기반시설의 용량을 초과하지 않게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기능을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나 녹색기반시설(green infrastructure)이 좋은 예다.

"미국에선 도시와 주거지역의 도로에 화단을 설치하거나 다공성 물질로 도로를 포장해 투수면을 늘리고 있습니다. 또 건물 옥상에 가벼운 토양을 올려 식물을 재배하거나 지붕에서 흘러 내리는 빗물을 통에 받아 놓기도 하죠. " 

이를 통해 도시는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도시 특히 하류지역 도시들은 땅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혀 물이 스며들지 않는 면적, 즉 불투수면적이 넓어 비가 오면 지표면으로만 흐르게 된다. 이는 폭우 때 유출량을 증가시켜 돌발홍수 위험을 높인다. 

또 연안 도시에서 지하수로 흘러들어가는 빗물의 양이 줄어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해수가 담수를 밀고 올라오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지하수 염도를 높여 가용 수자원 양을 감소시킨다. 

투수면적을 넓히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폭우 때 유출량이 줄어들면서 돌발홍수 위험이 낮아진다. 스며든 물이 지하수위를 높이면 상류의 지하수가 하류로 흘러들어오는 걸 막아 전체 가용수자원의 양을 늘릴 수 있다. 

“도시의 모든 면적이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한국의 연 평균 강수량 1278.6ml, 그러니까 1.28m를 면적에 곱한 양만큼 수량이 확보되는 것이지요.”

허 교수와 동료연구자들은 21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최대 8.6피트, 약 2미터62cm 상승할 것이라는 미국 해양대기청 기준에 맞춰 토지이용과 사회기반시설 대책 마련하고 있다. 이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전망치인 2.75피트, 약 84cm보다 3배 이상 높은 전망이다. 

미국의 공화당 집권 지역도 이렇게 엄격한 기준으로 워터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반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경숙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폭우와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세계 많은 지역에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반도에 몰아친 115년 이래 최악의 폭우로 포항제철소 고로는 사상 처음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 계획을 고심하고 있다. 물이 너무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다.
인구 증가와 산업 활성화, 기후변화로 ‘워터리스크(water risk)’, 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산업 안보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 워터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도체, 철강, 화학, 발전 등 주요 산업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CDP한국위원회를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 및 물 관리 선진국의 리스크 관리 및 대응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최신 동향과 해법 관련 기사들은 비즈니스포스트 워터리스크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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