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만성 적자' 사업부라는 꼬리표를 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8년 만의 흑자 전환’ ‘9년 만의 분기 최대 영업이익’ (롯데마트). ‘7년 만의 연간 흑자 전망’ (롯데슈퍼)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겸 롯데슈퍼 대표)이 두 사업부를 동시에 이끌면서 쓰고 있는 기록들이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오랜 기간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롯데쇼핑에 부담만 줬지만 강 대표 체제 이후 롯데쇼핑의 ‘효자 사업부’로 거듭나고 있다.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의 실적이 당분간 부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강 대표가 이끄는 두 사업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롯데쇼핑 주요 사업부 실적을 분석하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이익 개선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 다른 사업부의 부진을 메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1~3분기에 영업이익으로 각각 800억 원, 270억 원을 냈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89.9%, 1496% 증가했다.
롯데쇼핑 안에는 적자 폭을 줄였거나 흑자로 전환한 사업부 및 자회사가 더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수익성 개선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마트가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롯데마트는 2014년까지 흑자를 내다가 2015년부터 줄곧 적자만 냈는데 2021년까지 7년 동안 본 영업손실만 7800억 원가량이다.
롯데마트는 2022년이 돼서야 영업이익 484억 원을 내며 8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3분기에 영업이익 510억 원을 내며 2014년 이후 9년 만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슈퍼 역시 올해 분위기가 매우 좋은 편이다.
롯데슈퍼도 2016년 영업이익 14억 원을 낸 뒤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1~3분기에 영업이익 270억 원을 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7년 만의 흑자 전환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강성현 대표 체제에서 이런 변화가 가시화됐다.
강 대표는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맡다가 2020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마트 수장에 올랐다. 당시만 하더라도 6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던 상황이었다는 점은 강 대표가 마주했던 현실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강 대표는 과거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유통/소비재프로젝트 팀장으로 일했던 DNA를 살려 롯데마트 흑자 전환의 기반을 닦았다.
롯데마트가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은 강 대표의 대표적 결단으로 꼽힌다.
강 대표가 롯데마트를 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롯데쇼핑은 사업부 구조조정을 통해 헬스앤뷰티(H&B)를 담당했던 롭스사업부를 할인점사업부에 통합했다. 이른바 ‘경영 효율화’ 작업이었는데 강 대표는 롭스의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2021년 말 롭스 로드숍을 모두 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쇼핑이 2013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에서 8년 만에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강 대표의 선택은 이례적이었다. 현재 롯데마트는 매장 내부에서만 롭스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헬스앤뷰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플래그십 매장도 그의 손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롯데마트는 2021년 12월 서울 잠실점을 재단장해 미래 지향적 플래그십 매장을 의미하는 ‘제타플렉스’로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플래그십 매장 전환을 통해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매출을 15% 끌어올렸다.
9월에는 서울역점도 제타플렉스 매장으로 재단장해 선보였는데 이후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 고객들의 방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이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롯데마트만의 차별화 지점을 잡아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롯데마트가 ‘만년 적자’ 사업부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안정 흑자’ 사업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롯데슈퍼 실적 개선도 그의 역할이 크다.
강 대표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롯데슈퍼까지 맡게 됐는데 이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상품 통합 구매’라는 시스템을 안착하는데 주력하면서 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1년 전만 해도 운영 시스템이 많이 다른 두 회사의 시너지를 의심하는 시선들이 많았지만 실력으로 잠재운 셈이다.
▲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겸 롯데슈퍼 대표)가 8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파트너사 초청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롯데마트> |
증권가에서도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과 구매 통합 효과로 마트와 슈퍼의 1~3분기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으며 4분기에도 두 채널 모두 증익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대표가 이끄는 두 사업부의 선전은 롯데백화점의 실적 잔치가 사실상 끝나가는 시점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의 수혜를 누렸다. 하지만 해외여행 증가와 소비심리 둔화 등 악재가 겹친 올해는 상황이 반전되면서 1~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 268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빠진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는 앞으로도 백화점사업부가 당분간 고금리·고물가 영향을 받아 실적 반등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강 대표가 책임지고 있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당분간 롯데쇼핑의 이익 체력을 떠받치는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최근 서울 잠실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파트너사 초청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롯데마트와 롯데쇼핑을 ‘넘버1 그로서리(식료품) 마켓’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