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11-08 11: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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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차기 처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후보 선출을 두고 여야가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법원장, 헌재소장에 이은 공수처장 공백사태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1기는 ‘편향 1년, 무능 1년’ 논란에 시달렸는데 수장 선출을 둘러싼 여야 대립에다 공백 사태까지 겹치게 되면 공수처 무용론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8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신임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지난 1기 공수처에선 과연 검찰 수사 이상으로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를 할 역량이 있느냐에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수사 역량을 갖춘 후보자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치적인 중립성을 확실히 확보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수처장 후보의 첫 번째 요건“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위촉식을 마친 뒤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열었다.
추천위원회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가하고 여당과 야당에서 추천한 인사 2명 등을 더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여당에서는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변호사와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야당에서는 이상갑 법무법인 공감파트너스 변호사와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애초 공수처법은 추천위원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최종후보를 결정할 수 있었으나 2020년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5명이 동의하면 최종후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사실상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켰다.
이제는 민주당이 개정한 법안 때문에 민주당의 거부권이 무력화된 셈이다.
공수처는 2021년 1월21일 출범한 이래 1년은 정치적 편향 논란, 그 다음 1년은 무능 논란에 시달리는 등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수처는 출범 이래 1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고발사건에만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윤수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사건은 ‘고발사주 의혹’이었다. 공수처는 고발장을 접수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난 2021년 9월9일 해당 사건에 ‘공제 13호’ 번호를 부여하고 입건했다.
입건 다음날인 2021년 9월10일엔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담 수사팀을 꾸려 강력하게 대응했다. 공수처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영장 집행 일자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은 것에 더해 영장 제시 없이 집행을 시작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22년 11월8일 해당 압수수색 과정을 놓고 “영장집행 과정에서 피수색자 전부에게 영장이 제시되지 않았고 준항고인에게 영장 집행의 일시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는 등 준항고인의 참여권을 침해했다”며 “영장집행 과정에서 있었던 나머지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취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띠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21년 11월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후보가 제1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자 공수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윤 후보를 네 번째 입건했다”며 “공수처는 노골적으로 야당 대선후보만을 표적 수사하는 ‘윤석열 수사처’로 아예 간판을 바꿔달고 정치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진행했던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5월4일 해당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9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 위치한 자신의 의원실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도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감찰·수사방해 의혹도 무혐의 처리했다. 공수처가 2021년 10월22일 입건한 판사사찰 의혹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으나 검찰은 2021년 2월9일 해당 사건을 한 차례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올해 1470건의 사건을 직접 처리했지만 재판에 넘긴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에 기소를 요구한 사건도 2건이었다. 1470건 가운데 사건 처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단순 의혹 제기’로 종결한 사건이 1008건이었으며 불기소 처분이 352건, 수사를 개시하지 않기로 한 사건이 103건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질타를 받자 “국민 여러분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공수처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수처 담당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10건 발부되면 큰일 난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최근 김진욱 공수처장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공수처의 소환 통보를 4번이나 거부한 것이 알려지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해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특별 감사 과정에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표적 감사하는 것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의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 등을 이유로 4번의 소환통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 측 변호인단은 7일 감사원 보도자료를 통해 “공수처의 출석 요구는 피의자들 및 변호인과 어떠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확립된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이는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며 정상적인 업무 추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느냐”고 질의하자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체포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