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2일 정정공시를 통해 올해 실적 가이던스(목표치)를 기존보다 낮춰 발표한 것을 놓고 내부적으로는 주주친화적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실적 전망치를 낮춰잡은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주주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로 정정공시를 진행하게 됐다”며 “기존 공시를 수정하는 정정공시임에도 한국거래소 쪽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일 실적발표와 동시에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 정정을 통해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385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 달 전만 해도 영업이익 2708억 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보다 목표치를 11.9% 내린 것이다. 원재료비 인상 등 경영환경을 반영했다는 것이 롯데칠성음료의 설명이다.
한 기업이 정정공시로 자신들이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기준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정정한 곳은 10개 회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LG생활건강과 CJCGV 등 업황이 매우 부정적인 회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적이 목표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며 ‘가이던스 상향’ 공시를 냈다.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실적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던스를 낮춘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063억 원, 영업이익 2027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2.1% 늘어난 것이다.
소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주정 가격이 2년 연속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 음료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실적 가이던스를 내려 발표할 필요까지 없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가이던스를 낮춰 잡는 것은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 볼 때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기업가치를 낮추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롯데칠성음료 수장으로 취임한 2020년 12월부터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둔 최고경영자다.
박 대표가 수장으로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칠성음료는 매해 실적을 종합해 내놓는 자료에서 다음해 실적 가이던스나 전략을 소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 체제가 본격화한 2021년부터는 IR자료에서 시장의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2022년부터는 연간 가이던스까지 공개하며 회사 내부적으로 실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 롯데칠성음료 IR(기업설명)자료는 롯데그룹 내에서도 상세한 정보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 가운데 롯데칠성음료만큼 IR(기업설명) 자료를 자세하게 쓰는 기업은 없다.
박 대표가 강조하는 주주친화 경영의 특징은 사업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직전 분기에 썼던 내용도 바로 다음 분기 자료에 반영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2월에 제시했던 음료부문 매출 성장 전망치 3~4%를 5월에 5~7%로 수정하며 시장 환경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박 대표 경영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IR자료만을 통해 가이던스를 공개했다. 그러나 올해 8월 처음으로 전자공시시스템에 가이던스를 공시했으며 2일에는 이를 수정하는 공시까지 진행했다.
박 대표의 주주친화 경영 강화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한 자본시장과의 소통 강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
신 회장은 2022년 7월 부산에서 열린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 참석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며 시장과 소통 확대를 주분한 바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