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네이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 8월 공개한 ‘하이퍼클로버X’로도 반등하지 못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글, 유투브 등이 네이버를 위협하는 검색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네이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네이버 제2의 도약을 기대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을 키우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영토 확장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고있는 주인공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다.
이 GIO는 최근 해외 시장에서 연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1년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86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미국의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무려 2조3천억 원에 사들였다.
패션, 콘텐츠라는 새로운 축을 토대로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GIO의 도전은 또 한번의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네이버는 해외 기업과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에서 토종 빅테크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오늘은 위기와 도약의 갈림길에 있는
이해진 GIO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 검색엔진 후발주자에서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으로! 네이버의 성장사
이 GIO는 삼성SDS 사내벤처프로그램을 통해 설립된 검색 서비스 플랫폼을 였던 검색서비스를 독립시키면서 1997년 네이버를 설립했다.
당시 후발주자였던 네이버가 포털 시장을 접수한 비결은 사용자 니즈에 집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들의 궁금증을 Q&A방식으로 해소해준 지식인 서비스가 그 일등공신이었다.
이후 검색광고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한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니즈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쿠팡과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네이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다.
이해진 GIO는 네이버 사업 초기부터 해외진출을 생존의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설립 2년차인 2000년부터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것에서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해진 GIO가 매주 일본 출장을 가며 고군분투했지만 10년이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해진 GIO는 일본 진출을 포기하자는 직원들을 “내가 실패해도 내 후대가 성공할 수 있게 징검다리라도 되자”라고 말하며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의 기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다.
이해진 GIO는 대지진 상황에서 통신은 두절됐지만 인터넷 기반의 SNS는 무리없이 작동한 것을 보면서 모바일 메신저의 가능성을 봤다.
네이버는 이후 3개월 동안 신속하게 준비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했고 일본인들의 정서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 라인 캐릭터의 인기를 발판으로 라인은 출시 1년 만에 일본 1위의 메신저가 됐다.
라인은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1위에 등극했고 현재는 전 세계 1억8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 라인 성공의 이면에는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린
이해진 GIO의 절박함이 있었던 셈이다.
◆ 글로벌 영토확장을 노리는 이해진의 승부수, 콘텐츠와 중고거래 플랫폼
라인을 성공시킨
이해진 창업자는 2017년 이사회 의장 자리를 물러나고 현재 글로벌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가 장착한 글로벌 신무기는 바로 개인 사이 거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올해 초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1천억 원 규모를 투자했으며 2조 원을 넘게 들여 북미 최대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소다에 투자했다.
이런 네이버의 행보와 관련해 시장의 평가는 아직까지는 좋지 않다. 실제로 포시마크 인수 후 네이버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이해진 GIO가 MZ세대 놀이터로 떠오른 중고거래 플랫폼을 연결해 젊은 세대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은 MZ세대들이 제품 거래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급부상했고 이 GIO는 한국에서 네이버가 많은 사용자를 바탕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놓은 것처럼 해외에서도 먼저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두 번째 글로벌 무기는 바로 콘텐츠다.
네이버 웹툰은 독자적 창작자 양성 시스템을 통해 K콘텐츠 열풍을 선도해왔다. 현재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1억8천만 명, 북미 지역 웹툰 시장 점유율은 70.6%에 이른다.
이 GIO는 2021년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자회사를 통해 웹툰 IP 영상화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웹소설, 웹툰, 영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통해 네이버가 포스트 디즈니, 포스트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 네이버 미래 가치의 열쇠, 거대 인공지능으로 토종 빅테크의 위상을 지킨다
문제는 네이버의 기반인 검색 시장의 점유율이 국내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60% 아래로 떨어졌으며 구글은 30%까지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네이버를 위협하고 있다.
검색 경쟁력의 하락은 커머스, 핀테크 부문의 사용자 수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네이버에게 진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는 거대 인공지능을 통해 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네이버는 8월 토종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데 이어 현재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의 시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큐는 복잡한 구조로 구성된 질문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단계별 추론을 통해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네이버는 앞으로 하이버클로바X와 큐가 쇼핑, 페이, 플레이스 등 기존 서비스와 연계해 검색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의 수익모델 확보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다양한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B2B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관계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한 일본 시장, 그리고 비영어권 국가이자 자국 데이터 주권에 관심이 많은 중동, 유럽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하면 자금 투자 규모와 빅데이터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만큼 해외 빅테크와 차별화되는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성패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인공지능 패권 경쟁은 네이버 같은 한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토종 빅테크 네이버가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 GIO는 라인을 성공시킨 후 “지난 17년 동안 매일 아침이 두려웠다”며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까봐 두려웠고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 GIO의 두려움, 절박함은 네이버를 성장시킨 힘이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혁신을 거듭한 것이 네이버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로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가대표 빅테크로 성장한 네이버가 인공지능 시대에 또 한번의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출연 : 조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