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로 50에 위치한 '63스퀘어(63빌딩)' 모습. <63스퀘어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에 짓고 있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미래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지하 7층~지상 105층, 569m의 국내 최고 높이 빌딩으로 계획됐다. 현존 국내 최고 마천루인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다.
최근 2~3년 동안 애초 설계안인 105층 빌딩이 아닌 70층이나 50층 높이 2~3개 동으로 변경 가능성 등이 나오면서 설계안이 확정이 안 된 상황이라 사업 진척은 더디다. 하지만 미래 랜드마크 후보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여전하다.
29일 건축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많은 대기업 사옥들이 단순한 오피스빌딩으로 용도를 넘어 기업 이미지와 성장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지어지면서 지역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하기도 하고 첨단기술이 적용돼 회사의 미래 비전과 사업 연구개발 산실로 역할하기도 한다.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인 여의도 63스퀘어(63빌딩)는 1985년 신동아그룹의 계열사 대한생명보험 사옥으로 건설됐다.
63스퀘어는 서울 영등포구 63로 50 일대 지하 3층~지상 60층, 264m 높이 초고층건물이다. 준공 당시 일본 선샤인빌딩(60층, 239.7m)을 넘어서 동양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1988년 개최된 서울 올림픽과 함께 한국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63스퀘어는 2002~2003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한국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유지했다.
신동아그룹은 미국 설계기업인 SOM과 국내 건축가 박춘명씨에게 설계를 맡겼다.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황금빛 유리창문이 특징으로 계절과 일조량에 따라 다른 모습을 자아낸다.
63스퀘어 앞쪽으로 펼쳐지는 한강을 시작으로 멀리 서울역과 남산타워까지 서울의 전경을 한 눈에 담아낼 수 있는 조망권도 갖추고 있다.
이 건물은 신동아그룹 오너2세 최순영 전 회장 시절 건설됐다. 신동아그룹은 63스퀘어 건설 당시 한국 40대 기업집단(재벌)에 이름을 올리는 대기업이었다.
최 전 회장은 1976년 신동아그룹 회장 겸 대한생명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대한생명 사옥 건설에 돌입했다. 신동아그룹은 63스퀘어 건축을 계기로 대한생명 사세를 본격적으로 확장해 당시 보험업계 선두주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3’ 기업으로 키웠다.
다만 신동아그룹은 외환위기 등으로 1999년 부도를 맞았고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과 63스퀘어를 인수했다.
현재 63스퀘어는 지상 4층부터 53층까지 대부분 공간이 일반 사무실로 쓰이고 있지만 전망대와 수족관, 전시공간 등 문화관광시설을 통해 여전히 서울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사옥 설계에 참여해 랜드마크 건물을 탄생시킨 사례도 많다.
▲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모습.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1985년부터 유럽과 북미, 아시아 곳곳에서 공공문화시설부터 역사적 건물의 복원, 도시 계획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건축가다. 올해 3월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모데퍼시픽 본사는 서울 용산역 바로 근처에 세워진 지하 7층~지상 22층 높이 건물이다. 2017년 준공돼 올해로 5년차를 맞았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네모 큐브 모양의 외관이 언뜻 평범한 듯하지만 건물 중앙 곳곳이 뚫려 있는 점이 특징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올해 9월 아모레피시픽이 주최한 초청강연에서 건물 설계에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본사 외관은 전체적으로 하얀 빛의 건물로 단아한 분위기를 낸다.
‘ㄷ’자 모양 큐브를 겹겹이 쌓아올린 듯한 건물 형태는 각 층 사이에 뚫려있는 열린 공간을 만든다. 한옥 중정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내부 미술관 모습.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
아모레퍼시픽은 처음 사옥 건설을 구상할 때부터 ‘연결’을 핵심에 뒀다고 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 용산 본사는 건물 구조뿐 아니라 내부에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도서관, 대강당, 아모레스토어 등의 공간을 조성해 개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 2019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2019년 고층도시건축학회 주최 CTBUH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글로벌 건축상인 CIBSE 빌딩 퍼포먼스 어워즈에서 올해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신사옥도 프리츠커상 수상자 노먼 포스터 건축가의 작품이다.
영국 건축가로 1935년생인 노먼 포스터는 하이테크 건축물의 거장으로 미국 기업 애플의 캘리포니아 신사옥 등을 설계했다.
한국타이어 신사옥은 ‘테크노플렉스’라는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한 하이테크 건축물이다.
테크노플렉스는 2020년 준공된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 철골구조를 기본으로 지어졌다. 이 건물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범 회장은 신사옥 설계에서 ‘아이시(icy)’한 느낌을 원했다고 한다. 얼음처럼 냉철한 분위기의 신사옥을 통해 첨단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한국타이어 신사옥 '테크노플렉스' 모습. <한국타이어> |
또 기업문화 혁신에 힘을 실으면서 신사옥 설계에 있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이끄는 디자인’을 핵심에 뒀다.
테크노플렉스는 보통 건물들처럼 층별로 단절돼 있지 않고 1층부터 10층까지 건물 내부 중앙이 완전히 뚫려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일하는 공간부터 바꾼다는 취지로 임원실도 없고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업무공간뿐 아니라 카페, 라운지 어디서도 일할 수 있게 했다.
건물 외부 창문에는 유리로 된 핀(지느러미) 모양의 창살이 설치됐다. 한국앤컴퍼니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를 통해 건물이 과도하게 열을 받지 않으면서도 건물 내부 채광은 충분하다고 한다.
성남 분당의 네이버 신사옥도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분당 네이버 기존 사옥 옆에 쌍둥이 건물처럼 자리잡은 네이버 1784 신사옥은 건축물 전체에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트윈 등 첨단기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옥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공지능 연구개발의 산실로 지어졌다.
▲ 쌍둥이 빌딩처럼 나란히 서 있는 네이버 사옥 모습. <네이버 홈페이지> |
네이버 1784라는 이름은 신사옥 위치인 정자동 178-4번지와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4년,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를 이름에 반영한 것은 기술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실제 네이버 1784 사옥은 로봇친화형 건물로 건물 내부를 5G 바탕의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나르고 업무를 돕는다. 건물 시스템은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에너지절감기술 등도 적용됐다.
네이버 1784에는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등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세계 다양한 기업과 정부기관 인사들이 다녀갔다.
네이버는 24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국가 차원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해 첫 대규모 중동사업 확보라는 성과도 올렸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도시나 공장을 컴퓨터 상에 정밀하게 구현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박혜린 기자